흑자시점두고 해직자와 사측 간 첨예한 대립

 


작은 체구의 티볼리는 쌍용차에겐 가장 큰 희망이다.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쌍용차를 적자 늪에서 건져내고 있다.

쌍용차는 티볼리 판매 호조를 타고 지난 3분기 영업손실 36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예상치인 영업손실 240억원을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였다.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가 자동차 성수기임을 감안, 쌍용차가 8분기만에 BEP(손익분기점) 넘어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작 쌍용차는 조심스럽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1월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설 시 2009년 해고된 노동자들 우선으로 충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채용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흑자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국내 소형 SUV시장 ‘티볼리’ 적수없다

자료=시사비즈

 

티볼리는 쌍용차의 야심작이었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가 등한시 하던 소형 SUV 틈새시장을 노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1월 티볼리 가솔린 모델이 출시된 이후 2000~3000대 판매선을 유지하던 티볼리는 7월 디젤 모델 출시와 함께 판매량이 급등했다.

7월 4011대를 판매한 뒤 10월에는 5000대를 돌파했다. 8월 이후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는 4924대가 판매되며 쌍용차 수위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11월까지 국내 누계판매량은 3만9809대다. 쌍용차 모델 중 지난 2002년 렉스턴(4만3134대) 이후 13년 만에 첫 4만대에 육박하는 판매차종이 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소형 SUV시장에서 티볼리 독주체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유일한 적수로 꼽히는 르노삼성 QM3는 지난달 2267대가 판매됐다. 판매량이 티볼리 절반수준에 그친다.

쌍용차는 내년 1분기 ‘티볼리 롱바디’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내수보다 소형 SUV 시장이 넓은 서유럽에서도 현지 마케팅을 강화해 판매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社 “영업흑자 부터” vs 勞 “해직자 문제 먼저”

쌍용차는 ‘이른 축배’를 경계하고 있다. 티볼리 외 코란도 및 렉스턴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이유다. 티볼리 서유럽 판매량이 호조지만 수출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누계 대비 38.6% 줄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올 4분기 흑자전환을 예고하고 있지만 너무 이른 분석이 아닌가 싶다. 티볼리 외 다른 모델 판매량도 끌어올려야 한다”며 “내부에서는 내년 2분기까지 호조가 이어져야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쌍용차가 ‘눈치 싸움’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티볼리 판매 상승세를 선전하면서도 흑자 예상시점은 최대로 늘려 잡는 이유는 마힌드라 회장이 남긴 ‘약속’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1월 티볼리 출시 행사에서 “티볼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신차들이 꾸준하게 선전해 회사가 흑자로 돌아선다면 2009년 해고된 노동자들을 우선으로 충원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지부는 사측이 내부 재정상태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달 중 노노사 교섭을 재개, 내년에는 해고자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득중 쌍용차 노조 지부장은 “쌍용차가 흑자를 낸 후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해고자 문제를 풀어내면 흑자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며 “내년 시작과 함께 해고자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낸다면 사측 이미지가 나아질 것이다. 티볼리를 비롯한 내수 판매량 증진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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