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관계자 "사전협의 없었다" 시인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독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 후속조치 관련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막판에 문구를 추가한 것은 맞다"면서 "노동개혁(노동관련 5대 법안) 입법이 완료되면 추가로 연중에 집행할 것에 대비한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예산안에) 큰 그림이 그려진 상태이고 노동시장개혁 입법이 통과될 경우 예산이 없으면 연중에 집행할 수 없기때문에 정부가 (예비비 편성을) 큰 문제 없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사비즈는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예산이 예비비로 편성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2015.12.3. [단독] 노동5법 처리대비 예산 '몰래' 편성)

1조6000억원 일반회계 예비비를 편성한 뒤 노동시장 구조개혁 후속조치 관련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예산총칙을 수정한 것이다. 예비비는 통상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복구비나 인건비, 환율 변동에 따른 보전 경비 등으로 쓰이는 돈이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노동 관계법을 소관하는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해당 내용을 잘 모른다"고 밝혔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환노위에서 정부예산안을 심사할 때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관련 내용을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잘 모르겠다"며 "수 많은 사업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세부적인 사안까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도 여야간 충분한 협의는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보도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예비비 항목에 노동개혁 관련 항목이 추가된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합의해 준 적도 없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회의 예산 수정권을 무시하고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으로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법안으로 처리되지 않은 사업 예산을 예비비로 숨겨놓은 것은 '꼼수'"라며 "노동관계 5법은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측도 사전에 알지 못했고 합의한 적도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정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찾아가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당 지도부에게 추가적인 설명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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