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불평보다 설득과 타협, 정치력을 발휘하는 자리

박근혜 대통령 전상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무려 13분간 국회를 성토했습니다. "위선과 직무위기"까지 언급하신 것 보면 많이 답답하신 듯합니다. 사실 ​대통령 입장에선 속 터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회는 서비스산업활성화 법안 4개를 통과시키지 않고 깔고 앉아있습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발의한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등 4개 법안은 3년간 국회에서 묶여 있습니다.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은 비준하지 않고 허송세월(虛送歲月)하고 있다. 한·중 FTA 발효가 하루 늦춰질 때마다 40억여원 수출 기회가 사라진다고 하네요. 올해 안에 비준하지 않으면 연간 1조5000억원 피해를 입으리라 추산됩다고 합니다. 노동개혁 5개 법안은 한국노총 입장 번복 탓인지 표류하고 있습니다. 

19대 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회기를 맞다 보니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내년 4월까지 하릴없이 보내야 합니다.  

그러니 여야 국회의원에게 쌍욕을 퍼부어도 시원치 않습니다. 허구한 날 정쟁만 일삼고 경제 회복에 필수인 법안 처리는 미루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께 아쉬움을 표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불평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설득과 타협, 정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입니다. 

먼 나라 지도자를 거론하자니 께름칙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보시라고 건의하고 싶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0년 집권 기간 남유럽 부채난부터 시리아 난민 유입까지 위기에 빠진 유럽을 놀라운 리더십과 정치력을 발휘하며 이끌고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좀처럼 거친 말을 사용해 남을 공격하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습니다. 이해충돌이나 집단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그는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합니다. 그는 사회를 갈등에 휩싸이게 하지 않고 반대세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무장해제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적인 야당 지도자들까지 메르켈 총리를 존경한다고 합니다.  

메르켈 총리는 기독교민주동맹(CDU) 출신 답게 중도보수를 표방하지만 좌파 정책을 채택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이념에 구애 받지 않고 유연성과 실용성에 기초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상황 변화에 잘 대처하고 대세에 순응한다고 합니다.

집권 기독교민주동맹 지지자 82%가 메르켈의 리더십을 지지합니다. 81%는 그가 4번째 연임에 성공해 2017년까지 집권하길 바랍니다. 

국민은 불평하기 보다 설득과 타협,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반대세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명분과 논리로 상대방을 무장해제하는 지도자를 보고 싶어합니다. 야당의 정책과 명분까지 아우르는 대통령이 되시길 앙망합니다. 

11월25일 늦가을 오후

이철현 시사비즈 편집국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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