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흥행 실패·유암코 500억원 미매각...투자자들 해외채 눈 돌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이 속출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해외채권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일 실시한 수요예측에 기관 참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요예측 결과는 국내 채권시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날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LG이노텍과 CJ CGV,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현대산업개발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중 CJ CGV와 LG이노텍, 현대산업개발은 발행 예정 규모보다 많은 수요로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수요예측 흥행 실패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신용등급은 BBB다. 채권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등급인 BBB+를 받았지만 지난달 말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업신용등급을 한단계 낮췄다.

반면 함께 수요예측을 진행한 연합자산관리(유암코)도 발행예정물량 2500억원에서 500억원이 미달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신용등급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미매각이 반복되는 회사였다면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AA등급이다. ‘오버부킹’을 기록한 LG이노텍과 CJ CGV 등과 같다. 현대산업개발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보다 한 단계 낮은 A등급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더욱 보수적인 투자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미국 금리인상에 앞서 금리가 오르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려고 준비했다. 이에 따라 다른 곳보다 많은 물량을 모집하면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암코가 이번에 조달한 금액 중 일부를 기업 구조조정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투자자들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판단 기준이 더욱 높아져 조금만 위험이 커도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회사채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국내 외화채 보유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외화채권 보관금액은 163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상반기 말 148억 달러에서서 15억달러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외화채권 보관액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102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개월 사이에 60% 가량 늘었다.

채권 시장에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올해 안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확실성이 큰 국내 채권보다는 강세가 예상되는 달러표시 채권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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