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스타일 양조로 오랜 수령의 포도 특성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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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까지 받은 토브렉(Torbreck)은 명실상부한 호주의 대표적 와이너리이다. 이곳의 플래그십 와인 ‘런릭(Runrig)’은 파커로부터 4년 연속 99점을 받았고 2010 빈티지는 만점을 받았다. 프랑스 보르도의 5대 샤또라도 이처럼 계속 높은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다. 토브렉 와인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앤드류 티어니 호주 토브렉 와이너리 판매·수출 담당 이사가 서울 삼청동 더레스토랑에서 자사의 와인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사진 = 정진건 기자)

토브렉은 사실 역사가 오래된 와이너리는 아니다. 젊었을 때 스코틀랜드에서 벌목공을 했던 데이비드 파월이 1994년 이 와이너리를 세웠으니 약관을 갓 넘긴 셈이다. 젊은 와이너리가 세계적 명성의 와인을 만들어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신생 와이너리이지만 세계적 걸작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출범한 것부터가 남다르다. 무명의 새 와이너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포도나무의 고향인 호주 바로사 밸리 포도밭에 경의를 표하게 한다는 다소 고상한 비전까지 내세웠고 그걸 실제로 이뤄냈다. 지난 2011년 전경련 회장단 만찬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 와인을 낸 데는 그런 스토리가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토브렉이 출범할 무렵만 해도 호주의 대표적 포도 품종인 쉬라즈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호주 정부조차 품종을 바꾸라며 기존 포도나무를 뽑아버리라고 독려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토브렉의 오너는 40~150년이나 된 나무에서 열리는 포도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프랑스 론 지방의 와인 양조기법을 접목했다. 오크통조차 프랑스산을 사용했다. 그렇게 해서 세계의 명품와인이 나온 것이다.

토브렉은 지금 쉬라즈로 플래그십 와인 ‘런릭’을 비롯해 ‘더 스트루이(The Struie)’ ‘우드커터스(Woodcutter’s) 쉬라즈’ 등을 내고 있고 그라나쉬와 비오니아 품종의 ‘스테딩’, 세미용 품종의 화이트 와인 ‘우드커터스 세미용’ 등 여러 와인을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드커터스 쉬라즈는 전형적 호주 쉬라즈의 특성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약간 강한 산초와 후추 등 향신료 향과 숙성된 과일향이 길게 이어지면서 뒤끝으로 살아나는 독특한 허브향이 인상적이다.

런닉은 한 마디로 입에 대는 순간 ‘맛있다’는 인상을 준다. 가격이나 이름값을 한다고나 할까. 2012 빈티지의 경우 허브향에 고소한 너트 맛이 가미된 과일 잼 느낌을 주는 묵직한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화이트와인인 우드커터스 세미용은 감귤과 자몽 등 열대과일향 뒤로 살짝 풍기는 꿀향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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