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모으고 생태계 장악하는 게 핵심

(11일 한국을 방문한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대표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보름 기자)

최근 구글은 자사 인공지능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시스템, 텐서플로(TensorFlow)의 알고리즘을 공개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크리스 니콜슨 스카이마인드(SkyMind) 대표(CEO)는 이를 두고 “구글은 소스(source)를 공개하고 그를 이용해 어떤 사람이 어떤 개발을 하는 지를 알아낼 것”이라면서 “인재를 모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Tesla)는 아예 자사 전기차 특허를 공개해버렸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 파이를 키우려 하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개방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자체 기술이나 특허로 만든 기기를 만들어 많이 판다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OS)처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방이 가장 눈에 띈다. 전자 업체와 이동통신 업체가 모두 뛰어든 상황에서 서로 자신의 플랫폼이 더 개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진 것을 감추던 시대는 가고, 이제 공개해서 나누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한국 IT업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 플랫폼 경쟁 뛰어든 기업들, ‘개방’ 강조해

한 가지 브랜드 가전제품만 구비한 가정은 없다. 따라서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이 기기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으려면 개방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지난 주 방한한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SmartThings) 대표(CEO)는 “(경쟁사인) 애플기기도 우리 IoT플랫폼에 연동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싱스는 2014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사물인터넷 솔루션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기술을 바탕으로 2016년 상반기 ‘아틱(Artik)’을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사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홍보하며 ‘개방형’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200개사 1000개 이상의 기기가 스마트싱스 플랫폼 연동 대상이다. 다양한 전자기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갖춘 애플 기기를 연동시키지 않을 수는 없다.

LG전자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이름은 ‘올조인(All Join)’이다. 올조인도 18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이동통신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5세대 통신(5G)이 상용화를 앞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5G의 핵심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이동통신 3사도 자사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개방형이라고 알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소형 가전 업체는 물론 건설사, 아파트 홈 솔루션 기업과 손을 잡았다. LG유플러스는 중소기업을 위한 사물인터넷 인증센터를 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인증 받은 ‘펫케어’ 등 소형 가전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 생태계 장악하려면 개발자들 마음 얻어야

2015년 하반기 들어 사물인터넷 관련 개발자 포럼 또는 컨퍼런스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 개발자에 대한 교육·시설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주체는 다양하다. 사물인터넷 시장 장악을 노리는 전자 기업, 이동통신 기업은 물론 사물인터넷을 공공서비스에 활용하려는 공공기관까지 있다.

SK텔레콤은 18일 개발자들이 참석하는 ‘T개발자 포럼’을 열었다. 6월 IoT플랫폼인 ‘싱플러그(ThingPlug)’를 발표한 뒤 자체 생태계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KT도 자사 플랫폼 ‘IoT Makers’과 ‘기가 IoT포털’ 열고 사물인터넷 솔루션을 누구나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기기 개발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기기가 보낸 데이터 신호를 분석하고 명령을 내리는 게 결국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기기 운영에 효과적인 응용 소프트웨어가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현상은 이미 스마트 기기에 필요한 운영시스템(OS)이 대중화하면서 가속화했다. 구글플레이(Google Play)나 애플 앱스토어(App Store)에 쓸만한 애플리케이션이 없다면 운영체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된다. 때문에 외부 개발자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개발자에게 각종 지원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를 중소기업에 하청 주는 개념이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엔 더 많은 개발자가 참여해야 플랫폼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개발자들 관심을 끌려는 노력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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