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도 국내선 100% 상승···국제선은 공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관광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 사진=뉴스1

“국제 유가 하락에도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두배가 오르다니 말이되는가?”

김포국제공항에서 만난 한 여행객의 불만이다.

유류할증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0원이 됐지만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2배로 올랐다. 또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항공 거리와 시간이 다름에도 같은 유류할증료를 부과해 모순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급증에 따라 항공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도입됐다. 국제선은 2005년, 국내선은 2008년에 적용됐다. 국제선은 국토부에 인가·신고 해야 하나 국내선을 항공사 자율로 변경 가능하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항공유(MOPS)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MOPS 평균값이 갤런당 150센트를 넘어서면 10센트당 1단계~33단계로 일정액이 책정돼 부과하고 있다. MOPS 평균 값이 갤런당 150센트 밑으로 떨어지면 유류할증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국제선을 타면 유류할증료는 공짜, 국내선은 2200원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국제선 MOPS평균값이 1단계 아래로 떨어졌다. 11월분 MOPS 평균값은 갤런당142.06센트로 1단계 기준값인 150센트를 밑돌았다. 국제선은 지난 9월 6년만에 처음으로 유류할증료가 없어졌고 이는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11월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2200원으로 지난달보다 오히려 1100원 상승했다는 점이다. 국제선을 이용하면 유류할증료는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 보다 짧은 거리 국내선을 이용할 시에는 2200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유류할증료 1단계 기준이 다른 탓이다. 국제선은 1단계가 갤런당 150센트에서 시작하나 국내선은 1단계를 120센트다. 이 차이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국토부에 신고와 인가를 통해 정해지지만 국내선 유류할증료 기준은 국내 항공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내선을 이용 하는 소비자와 국제선 이용 소비자 간 형평성에 문제가 생겼다. 국내선 이용자는 항공사들의 자율적 기준으로 생긴 요금 차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2013년과 2014년 항공사들이 국내선 유류할증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57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국내선 유류할증료 1단계 부과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유가가 계속 내려가는데 국내선 이용 소비자들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국토교통부와 항공사는 국제선과 국내선 유류할증료의 부과시작단계를 일치시킴으로써 국제선과 국내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동등한 효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 뒤죽박죽 국제선 유류할증료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산정할 때는 MOPS 평균값과 더불어 7개의 권역을 나눠 유류할증료를 책정한다. 일본·산둥성, 중국·동북아, 동남아, 서남아시아·중앙아시아, 중동·대양주, 유럽·아프리카, 미주 등 7개 권역순으로 유류할증료가 비싸진다.

문제는 동일한 권역이면 거리와 비행시간에 관계 없이 같은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미주 권역에 있는 하와이와 로스앤젤러스, 뉴욕은 인천에서 출발하면 각각 9시간, 11시간, 14시간 소요된다.  미국 하와이와 뉴욕은 거리가 3700여㎞나 차이 난다. 운항시간이 크게 차이 나고 항공유 사용량이 다르지만 유류할증료는 같다.

권역이 다른 까닭에 짧은 거리에도 더 많은 유류할증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인천 기준으로 일본 도쿄는 중국 베이징보다 멀지만 유류할증료는 더 싸다. 일본은 1권역권이지만 중국 베이징은 2권역인 탓이다. 두 지역의 경우 MOPS 33단계일 때 유류할증료가 최대 41달러 차이 난다.

국토부는 지난 8월 17일 유류할증료 합리화를 위한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가 세부 심사기준’ 지침을 확정해 국적 항공사에 알렸다. 이 기준에는 노선별 운항거리와 운항시간에 따른 승객 1인당 유류소모량, 유류 구입비, 제반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또 유가 변동과 연동하도록 두 달 내에서 유류할증료 변동주기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권역별 유류할증료 부과에 따라 지역간 유류할증료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다”며 “유류할증료 체제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현재는 항공사와 조율하는 중”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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