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메디치 메디치 에르메테 오너

이탈리아 람브르스코 와인의 격을 끌어올린 메디치 에르메테 와이너리의 알베르토 메디치 오너 / 사진=정진건 편집위원

“콘체르토(Concerto)는 람브르스코(Lambrusco; 이탈리아 전통 포도 품종의 일종이자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의 인식을 완전히 바꾼 와인이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시대를 연 메디치가의 후예이자 에밀리아 로마나주의 와인 명가 메디치 에르메테의 알베르토 메디치 오너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감베로 로소 행사 참여 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서울 방문이라고 밝힌 그는 자사의 대표 와인인 콘체르토가 싼 와인이라고 불리던 람브르스코를 프리미엄 대열로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70~80년대 람브르스코는 미국에서 아주 유행했다. 이탈리아 콜라로 통할 정도로 흔한 와인이었다. 싸면서도 맛있어서 수입상들이 선호했다. 한 수입상이 1100만 케이스(1억3200만 병)를 사가기도 했다.”

메디치 에르메테가 자리 잡은 에밀리아 로마나주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와인 산지다. 이탈리아 3대 와인산지라는 피어몬테와 투스카나, 베네토를 이은 삼각형의 중심에 있는 이곳 포도밭은 6만ha나 되며 칠레 전체 생산량과 맞먹을 만큼의 와인을 만든다고 했다.

생산량 자체를 중시하던 고장에서 4대째 120년을 이어온 메디치 에르메테가 혁신에 나섰다.

“90년대 들어 우리는 와이너리를 완전히 바꿨다. 생산량 위주에서 품질 지향으로 새로 포도 묘목을 심었다. 이 지역에선 처음으로 싱글빈야드(동일한 밭에서 딴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것)를 시도했다. 1993년에 처음으로 싱글빈야드 와인 콘체르토를 생산했다. 지난 해 2013 포도로 20주년 기념 빈티지를 만들었고 올해 21번째 빈티지(2014 빈티지)가 나왔다.”

알베르토 메디치 오너는 당시 두 가지 철학으로 접근했다고 부연해 설명했다.

“하나는 퀄리티이고 다른 하나는 싱글빈야드다. 좋은 포도를 만들려고 생산량 자체를 대폭 줄였다. 콘체르토는 싱글빈야드를 시도한 첫 번째 람브르스코 와인이며 이것으로 (람브르스코의) 르네상스를 이뤘다.”

그는 특히 콘체르토가 유명해진 계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저널리스트들 덕분이다. 어느 날 와인 저널리스트들이 콘체르토 맛을 보고는 완전히 다른 람브르스코라고 소개했다. 와인스펙테이터에서 처음으로 언급했고, 2005년엔 뉴욕타임즈가 대서특필했다. 람브르스코가 하이 퀄리티 와인이 된 것이다.”

상도 여러 차레 받았다고 했다.

7년째 감베로로소 상

“7년 전 빅 이벤트가 있었다. 콘체르토가 람브르스코 와인으로는 처음으로 감베로 로소 상을 받았고 이후 매년 감베로 로소 상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런던 인터내셔널 와인챌린지에서 최고의 밸류 스파클링 와인으로 선정됐다. 감베로 로스에서 3 글래스 상을 받은 와인 중 가장 저렴하기도 하다.”

그는 메디치 에르메테는 와인의 격을 높이려고 여러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는 콘체르토를 세계 톱 클래스 레스토랑과 와인숍에 론칭하는 거였다. 하이 퀄리티 와인으로 공인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콘체르토는 델포스토(Del Posto)를 비롯한 뉴욕이나 런던 파리 도쿄 모스크바의 유명 레스토랑과 중요 와인숍에서 중요한 와인이 됐다.”

독특한 병 디자인 역시 그런 시도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콘체르토를 처음 테스팅했는데 품질이 매우 좋았다. 고객이 스페셜 버틀이라고 생각하도록 (기존의 평범한 병 대신) 돔페리뇽 병처럼 새로운 디자인의 병을 만들었다. 고급 와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했다. 지금은 많은 와이너리들이 우리 병을 카피하고 있다.”

지금 콘체르토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와인이 됐다고 한다.

“매년 수입상들이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매년 매진되고 있다. 그러나 콘체르토는 싱글빈야드라고 쉽게 늘릴 수 없다. 3년 전 4ha를 더 식재했다. 내년 쯤 퀄리티가 확인되면 그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람브르스코를 주로 생산하는 지역에서 메디치 에르메테가 다른 품종도 생산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아로마 짙은 화이트와인 품종인 말바시아나 트레비아노, 산지오베제 등도 생산하고 있지만 핵심은 람브르스코라고 했다.

“메디치 에르메테는 현재 70ha의 포도밭에서 매년 70만~80만병을 생산하며 람브르스코가 80%에 이른다. 플래그십 와인 콘체르토를 비롯하여 여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보쵸올로도 성공적이다. 탄닌이 많으면서 달콤한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인데 인기가 좋다. 말바시아 품종의 다피네는 프로세코 같은 와인이다. 샴페인 생산 방식으로 로제 와인인 유니크와 그랑콘체르토를 생산하고 있는데 로컬 판매만 하고 있다.”

알베르토 메디치 오너는 에밀리아 로마나는 문화의 고장이기도 하다며 방문을 권유했다.

“주도 볼로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대학을 낳은 곳이다. 내 고향 레지오 에밀리아는 로마시대 도로인 비아 에밀리아로 연결되는 도시다. 음악의 도시로 베르디와 파바로티를 낳았다. 대표 와인에 콘체르토란 이름을 붙인 것도 그래서다. 패션의 고향으로 막스 마라, 죠르지오 아르마니, 마리엘레 부라니 등이 이곳에서 나왔다. 자동차도 유명해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이 있다. 그렇지만 더 유명한 것은 음식과 와인이다. 수많은 파스타와 까르보나라, 살라미가 있고 거기에 걸맞게 좋은 와인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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