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 지도부 이틀째 회동…“내주부터 정상화 가닥” 국회 선진화법·총선 이해관계·여론 흐름 등 작동

5일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의 주재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가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 사진=뉴스1

국회의 예산 심사가 국정 교과서 논란으로 나흘째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내·외 병행 투쟁으로 선회하면서 내주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예산 심사 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의 회동에서도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분위기 전환에 한 몫 했다. 신경전만 벌이던 이전 협상과 달리 여야 모두 “이견을 좁혀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국면 전환에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예산 심사 부담과 총선을 앞둔 여야의 이해 관계, 여론의 움직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늘 야권의 무기로 작용했던 국회 선진화법은 오히려 야당을 압박했다. 총선을 앞둔 점도 여권에게는 구심력으로, 야권에게는 원심력으로 작동했다.

◆ 국회 선진화법의 역설…與, 대야 압박 강화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 새누리당의 태도는 갈수록 강경해졌다. 야당의 장외투쟁에 맞서 민생을 전면에 내세워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5일부터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단독으로 국회 일정을 진행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앞둔 상황에서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강행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6일 민생현안 대책회의에서 “민생을 위한 국회 정상화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며 야당을 몰아부쳤다.

새누리당의 강경 일변도는 공교롭게도 개정된 국회법,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에서 비롯됐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시행됐다. 여야가 오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최대한 정부안을 관철시키려는 여당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틈만 나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하던 여권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총선을 앞둔 시점도 당을 일사분란하게 만들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튀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특히 국정 교과서 논란으로 지지층이 양분된 상황에서 보수층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로 인해 당 주변에서 들려오던 국정화 반대 목소리도 확정고시 이후 수그러들었다.

다만 부담감도 존재한다. 총선을 5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중도층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52.6%로 찬성(42.8%)보다 앞섰다. 특히 1주일 사이에 중도층의 반대 여론은 55.5%에서 65.8%로 급격히 높아졌다.

◆ 野의 깊어지는 고민…역풍 우려에 국회복귀 가닥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맞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해오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회군’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긴 기간 국정 교과서 문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국회 복귀를 시사한 셈이다.

새정치연합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이 가운데 원외 투쟁을 접고 예산 심사에 나서는 것은 버리는 카드였다. 국정화 반대 여론을 등에 업은 마당에 지지층 결집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예산 심사를 거부하고 원외 투쟁에 나설 수도 없었다. 국정화 문제에만 매달려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 등을 미룰 경우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개별 의원들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원외 여론 몰이를 이어가면서도 예산 심사에서 얻을 건 얻겠다는 ‘투트랙 전술’은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국회 복귀 수준을 놓고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예산 심사 일정에만 참여하고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에 합의할 수 있지만 모든 회의 일정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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