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사업구조조정…신규사업 투자 선순환 이어져야

삼성그룹이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인수합병 시장이 한 단계 진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등 삼성 화학 계열사 2곳과 삼성SDI 케미칼 부문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두 그룹이 빅딜을 선언하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경영 전면에 부상한 재벌 3세 경영자 간 신뢰와 사업 판단력이 부각됐고, 롯데그룹의 승계 이슈와 맞물려 돌파구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이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에서도 미래를 보고 현재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사업을 선제적으로 매각할 만큼 성숙했다는 평가다.

이번 3분기 기준으로 삼성 화학 계열사 두 곳은 모두 양호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삼성정밀화학의 3분기 잠정실적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3171억원·영업이익 190억원이다. 3분기까지 누계 순이익은 991억원이다.

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삼성BP화학의 2014년말 개별기준 매출액은 4138억원, 영업이익은 496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358억원이었다.

현금흐름 창출능력도 나쁘지 않다. 삼성정밀화학의 올해 반기까지 영업현금흐름은 607억원이다. 삼성BP화학의 2014년말 영업현금흐름은 625억원이다.

사업을 통해 현금을 벌어 들이고 있는 자회사를 매각하지만 삼성 그룹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주력 회사인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번 빅딜을 선택한 삼성 그룹의 공식적인 매각 이유는 전자, 금융, 바이오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번 빅딜을 두고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GE의 금융사업 부문 매각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미국 GE는 금융사업부문을 웰스파고에 매각하기로 했다. GE금융사업 부문은 자산가치만 320억달러(약 36조2700억원)에 달한다.

GE 금융사업부문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3억1200만달러(약 72조1546억원) 수준이다. 세전이익은 7억6900만달러(약 8716억원)다. GE의 3분기 전체 매출액은 316억8000만달러(약 35조9092억원)였다. GE는 핵심역량에 집중한다는 계획 아래 금융사업부문을 매각했다.

GE 3분기 잠정 실적 / 출처 = 미국 GE

삼성발구조개편 딜이 해외 사례처럼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면 추가로 증명해야 할 과정이 있다. 기존 사업을 매각한 자금으로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스타트업과 벤처 등 새로운 기술기업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여전히 국내 대기업은 인수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수합병 (M&A)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을 두고 역시 국내에서는 삼성만 글로벌 체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전통 사업을 팔고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현실화할 수 있다면 삼성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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