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분위기는 알려진 대로입니다. 이렇게 빨리 개각을 단행할 줄 몰랐죠. 전일 장관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대적인 과장급 인사를 냈다가 청와대 발표로 바로 인사발령도 취소하지 않았습니까."

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호인 전 조달청장이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교체는 어느정도 예견됐지만 시기는 예상보다 이르다는 평이다. 또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가 내정된 것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개각 시즌이면 내정자의 전문성은 항상 논란이 돼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강 내정자가 건설과 교통 현안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은 내정 당일부터 제기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국토부 내부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이 커 반발부터 산 모양새다. 내정자로선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 내정자로서는 그간의 전문성을 살리는 정공법을 취할 수 있다. 사회 간접자본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만큼, 기획재정부나 조달청 재직 시절 공공정책의 경험을 내세우는 게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것 만으로는 부족해 보이고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지 의구심이 든다. 강 내정자는 정부 주요 요직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해당부처 지식이 부족한 엘리트 관료는 어쩐지 일반의 보편적 상식과 동떨어진 정책을 만들어 낼 것이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강 내정자가 일각의 오해를 잠식시키기 위해선 국민이 체감하는 이슈에 관한 지식, 이에 대한 정책 가이드라인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전문가인만큼 전문가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현안 해결을 고민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1100조 원의 사상 최대 가계부채 등 부동산 경기 전반에 확산되는 위기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 말이다. 탄탄한 골격없이 모래성 쌓는 일이 없도록 한달 여 남은 청문회까지 현안에 대한 배경 지식도 익혀야 한다.

강 내정자 스스로 밝혔듯 그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임명됐다. 그가 해야할 일은 자신이 이 자리에 어울리는지 여부를 조직원과 국민 앞에 증명하는 일이다. 의심갖는 세력에 대응하는 단순하고 효과적인 처방은 체감 가능한 생활 속의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모습은 멀리서 어렵게 찾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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