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타이어 수급난 불가피...노사협상 11월 중 재개

금호타이어 대리점주들이 노조 갈등으로 인한 타이어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 사진 = 금호타이어 공식 블로그

“노사협상은 서로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저희는 뺏기지 않을 권리조차 없습니다.”

금호타이어 대리점주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자영업자에게는 노동조합의 파업마저 부러운 권리였다. 금호타이어 대리점주들은 노사 갈등 여파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금호타이어 노조의 39일간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가 대리점 매출을 얼렸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집단의 힘으로 권리를 지키는 사이 점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 오는 손님 돌려보내기 부지기수

경기도에서 금호타이어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아이 셋을 둔 가장이다. 3년 전 5000만원을 대출받아 대리점을 시작했다.

처음 장사는 괜찮았다. 3년 사이 단골도 꽤 늘었다. 하지만 지난 8월 금호타이어 노사 임금협상이 틀어지며 매출이 급감했다. 그 사이 단골은 절반으로 줄었다.

“본사에서 타이어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오는 손님을 돌려보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 사이 단골 절반이 떨어져나갔다. 매출이 줄면서 아이 분유살 돈도 없어졌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궁여지책으로 다른 브랜드의 타이어를 도매로 가져다 팔았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찾으러 온 고객들에게 타브랜드 타이어를 파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두고 다투는 모습이 부러웠다. 파업하는 사이 우린 주 7일을 일해도 무임금인 날이 태반이었다. 노사 협상이 타결돼도 우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게 억울할 뿐이다.“

결국 그는 대리점을 접고 다른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김씨는 주변에 같은 고민하는 점주가 수명이라 했다. 그들 모두 이번 파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 스노우 타이어 생산 차질 불가피

금호타이어 노사는 노조 차기 집행부 선출일이 다가옴에 따라 지난달 21일 조업을 재개했다. 타이어 수급에 숨통이 트였지만 그동안 밀려있는 미입고분이 대리점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를 도매로 팔고 있는 대리점주 최모씨는 “지난달 금호타이어는 산삼보다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이 심했다”며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밀려있는 미입고분 탓에 타이어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점주들은 이미 망친 가을 장사보다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이라 말한다. 계절 상품인 스노우 타이어가 파업으로 인해 생산되지 않은 탓이다.

최씨는 “스노우 타이어는 통상 8월에서 9월 사이 생산에 들어간다. 파업 시기와 겹치며 생산을 시작하지 못했다”며 “점주들 사이에선 겨울 장사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소리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호타이어 측은 스노우 타이어 브랜드인 ‘WinterCRAFT’ 생산은 재개했으며 사전 예약 라디오 광고도 실시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스노우 타이어 생산은 재개됐다. 수요가 몰리는 11월에서 12월 사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회사 전체 피해액만 15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리점주 피해를 최소화활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의 차기 집행부 선거는 오는 14일 치러질 예정이다. 차기 노조집행부가 꾸려지면 11월부터 노사 간 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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