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의 기능은 실로 엄청나다. 가장 큰 장점은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철도역만 있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이전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대중교통의 고속화가 현실화되면서 서울 아닌 지역의 재평가도 이루어졌다. 또한 길 하나 나 있지 않은 맹지나 논, 밭이 역사가 들어선다는 말 한마디에 역세권으로 변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이처럼 정부가 신도시를 건설하고 고속철도를 활용해 전국적으로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룬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동탄 2신도시에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최근 허튼 짓을 한 게 아닌지 고민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이른바 GTX를 이용하면 동탄역에서 강남 수서역까지 15분 만에 갈 수 있다는 말에 끌려 분양을 받았는데 비용 문제로 교통편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것이다.

사연인즉, SR(구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은 GTX 운영을 앞두고 탑승 인원 등 추산 차원에서 출퇴근 시간에 동탄역~수서역 간 셔틀열차 시범 운영을 계획중이다. 이는 내년 6월부터 운행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업계에서는 이 요금이 편도 4000~5000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지하철까지 타고 이동하면 하루 왕복 1만2000원, 한 달간 출퇴근하며 타고 다니면 교통비만 1인당 최소 25만원가량이 소비된다.

이는 맞벌이 부부나 서울로 등하교하는 자녀가 있는 가정 등에서 두 명 이상이 서울로 이동하게 되면 일반 중산층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어떤 사람은 ‘이럴 줄 알았으면 서울에서 반월세로 사는 게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모두 효율적이었을 것’이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SR이 운임비 검토를 마치고 국토부에 신고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빨리 의사를 피력해야 한다는 입장도 일부 나온다.

국토부의 2기 신도시 건설 계획에 따르면 동탄 2신도시는 28만6000명가량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다. 동탄 1신도시를 포함하면 41만명의 생활권이 형성된다. 주택은 11만6000호나 새로 생겨난다. 정부가 추진 중인 10개의 수도권 2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신도시 조성과 역사 건설에만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이런 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 손실도 엄청날 수 밖에 없다.

물론 셔틀열차든, 향후 운행될 GTX든 지하철만큼 저렴하게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손질하고 합리적 가격을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 서울의 인구 과밀 문제, 그에 따른 지역 불균형, 거품 낀 부동산 값 등으로 시름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신도시의 성공적 안착은 사회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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