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제안으로 시작된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한창이다. 열흘 만에 40억원 가량 모였다. 박 대통령이 1호로 참여한 뒤 정·재계, 구두닦이까지 청년 실업 해소에 나서는 모양새다. 겉으로 봐서는 사회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전국민이 동참하는 듯 하다.

역설적으로 돈이 모일수록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하사’한 아이템인 만큼 정부는 연일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발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소중한 뜻으로 모인 자금을 제대로 써야 하는데 막상 아이디어를 모아보면 정부 지원 사업과 겹치는 것이 대다수”라고 하소연했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박 대통령이 깜짝 제안한 직후 각 부처에서는 기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제쳐 놓고 얼마나 많이 걷느냐에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들 중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 곳도 있을 것이다.   

펀드를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해소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청년희망펀드 목표액을 100억~2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 정도 돈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난제인 청년 실업 문제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조3654억원을 쏟아 부었다. 전 부처를 통틀어 청년 일자리 관련 사업만 50여 개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이고도 성과가 미미한 게 현실이다.

올해 6월 청년(만15~29세 기준) 실업률은 10.2%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7월 9.4%, 8월 8.0%로 다소 떨어졌지만 전체 연령의 실업률(8월 3.4%)과 비교하면 여전히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쳤는지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펀드 조성보다는 법으로 정해진 청년고용할당제마저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 45곳을 꾸짖는 게 먼저 아닐까. 한시적으로 민간 기업까지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야권에서 나온 정책이긴 하지만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정치 이벤트는 잠깐의 관심은 받을지 몰라도 위기의 나라를 구할 동력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청년희망펀드가 정치 이벤트로  비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책의 약발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청년 실업 해소, 정부는 머리를 싸 매고 더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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