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권리 찾기 위해 노조 만들 것”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사진=원태영 기자

최근 청년들에게는 N포세대란 꼬리표가 따라 붙고 있다. 결혼·출산·내집 마련 등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다. 그 중에서 청년들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주거공간이다.

정부는 최근 청년주거공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행복주택 정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3일 경기도 판교에서는 국토교통부 주최로 2030 정책토크가 열렸다. 이날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취업준비생도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이런 변화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그 뒤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주인공은  청년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17일 ‘시사비즈’가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민달팽이유니온을 이끄는 임경지(27) 위원장을 만났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뭘 하는 곳인가.

청년 주거 문제와 주거 불평등 완화를 위해 일하는 단체다. 비영리민간단체로 450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 제도개선, 교육연구사업, 비영리 주거모델인 달팽이집 공급 등이 있다. 불합리한 정책을 바꾸도록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청년 복지를 위해 1인 가구에 대한 지표를 연구하고 청년 주거 상담사 등의 교육을 한다.

현재 정부 복지 정책은 자산 기반과 가족 중심이라서 3~4인 가구가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1인 가구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없는 실정이다. 단순히 4인가구 최저 생계비의  4분의1이 1인가구 생계비가 되는 상황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1인가구에 대한 맞춤형 연구를 하고 있다.  공공주거 모델인 달팽이집도 운영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을 만들게 된 계기는.

주거 문제를 왜 사람들이 공공성 측면이나 사회문제로 생각하지 않느냐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대학에서 총학생회를 하던 친구들이 모여 같이 고민했다. 2011년 연세대에서 학생들의 기숙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결성했다. 2012년에는 홍익대·서강대· 이화여대 등과 연합해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2013년부터는 서울 시내 전체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때부터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됐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달팽이집 2호 외관/사진=민달팽이 유니온 제공

-달팽이집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주거정책은 크게 2가지 방향이다. 공급과  시장 규제다. 정부는 매번 선거 때마다 공공주택 정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1인 가구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가구원수나 거주기간에 가산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임대 주택 중 1.2%만이 20대에게 돌아갔고 30대는 8.5%, 나머지 90%이상이 40대 이상에게 주어졌다.

민간 시장 규제 역시 정부에서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은 그 중간지대를 모색했다. 공공임대주택의 새로운 공급방식을 실험해보자고 해서 나온 것이 바로 달팽이집이다.

달팽이집은 협동조합을 통해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집을 사는 형태다. 지난해 5월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한 8200만원으로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전용 40㎡ 빌라 2채를 장기 임대했다. 이후 바로 옆 4층 짜리 건물 한 동을 6억8000만원에 추가 임대 했다. 현재 5세대에 17명이 살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행복주택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행복주택은 처음으로 청년층을 고려한 정책이다. 이런 점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그 방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말까지 14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주택의 80%는 청년층에게 20%는 노령자에게 공급한다. 문제는 행복주택 신청기준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로 신청조건을 제한하고 있다.

미취업자 및 불안정한 취업 환경의 청년들은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행복주택마저도 기존 사회에 진입한 사람들 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제도밖 청년들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과 연령을 기준으로 신청 조건을 바꿀 필요가 있다.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우선 정부가 청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으면 한다. 청년문제는 경제정책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정부가 현장 실태를 잘 파악해줬으면 한다. 공공임대주택 현장에 가면 주민들이 청년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행복주택 설립에 대해 기존 거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고 불만이 많다. 때문에 지역 당원들은 표를 의식해 주민 편에서 행복주택 건립을 막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세입자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현재는 세입자가 관리비 내역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일종의 세입자 노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공공주거모델인 달팽이집 공급도 이어갈 생각이다. 단순히 저렴한 공간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을 실험하고 있다. 달팽이집 1호는 순수 조합원 출자금, 2호는 공적자금 투입, 3호는 빈집 리모델링 등 다양한 공급 유형을 탐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