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증여세 인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정부는 국정감사에 앞서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상속세 인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우리나라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며 “고령화와 소비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로 부의 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다. 100억원을 자식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면 50억원(공제와 누진세율이라 실제 내는 세금은 이보다 적다)에 가까운 세금을 국세청에 내야 한다. 이웃 일본(50%)을 제외하면 미국(40%), 영국(40%), 독일(30%) 등 주요 선진국보다 우리가 높다.

또 상속세 기본공제는 5억원으로 미국(543만달러·한화 약 63억원)보다 현저히 적다. 기본공제 5억원이란 시가 5억원 아파트를 자식에게 상속해도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

최저 과세표준 구간도 1억원(세율 10%)이라 웬만한 서울 중·대형 아파트를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면 소액이라도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정부의 설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상속·증여세 인하보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공익재단을 통한 편법 상속과 증여를 막아야 한다.

이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부 대기업들이 공인재단을 만들고 편법으로 상속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속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내 공익재단을 통해 증여세 한푼 납부하지 않고 5조4402억원 어치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공익재단은 계열사 주식을 5%까지 밖에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되면 10%까지 보유할 수 있어 삼성 같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공익재단을 통한 우회 상속·증여는 비단 삼성뿐만 아니라 LG, 롯데, 현대, GS 등 주요 대기업도 해당된다.

공익재단은 현행 상속·증여세법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대기업을 비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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