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분쟁서 끝까지 버텨...외국에선 있을 없는 일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사진 - 송준영 기자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회장, 한국전기차리더스협회 회장, 에코드라이브운동본부 대표, 한국이륜차관리협회 회장, 한국중고차문화포럼 대표, 전기차기술연구조합 회장,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 등

자동차 감투들이 작은 명함을 꽉 채웠다. 명함 주인은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카페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차량 제조부터 애프터마켓(after market)까지 자동차 전반에 아우르며 해박한 지식을 과시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 빼곡한 스케줄, 바퀴와 관련된 일은 다해

김 교수는 자동차 업계 팔방미인이다. 정계와 재계, 학계에 이르기까지 발이 넓다. 방송 프로그램 사회부터 토론회 패널, 각종 페스티벌 연사까지 일정이 빼곡하다.

“본업은 교수지만 자동차 관련 기업특강이나 정책 세미나 일이 많다. 올해 일정도 이미 꽉 찼다. 당장 다음 달에는 서울시 국제컨퍼런스에서 전기차 관련 발표를 맡게 됐다”

김 교수가 바쁜 이유가 있다. 자동차에 대해 많이 또 깊이 안다. 국내외 산업 현황부터 정책에 이르기까지 연구 범위가 넓다. 자연스럽게 자동차 관련 협회 일도 도맡아 하게 됐다.

“바퀴와 관련된 일은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어릴 적부터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다.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다 보니 일 욕심도 많아졌다. 아마 국내에 나 같은 학자는 없을 거다”

김필수 교수는 국내외 자동차 회사 및 정부, 소비자 모두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 - 박성의 기자

◇ 국내 들어온 수입차 회사들, 나쁜 버릇 배웠다

바퀴를 향한 애정이 관대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아쉬운 점을 말할 땐 표정이 싸늘해졌다.

“업계 1위 현대차는 ‘순혈주의’다. 프로젝트를 사내 연구소를 통해서만 이뤄내려는 경향이 있다. 때에 따라서는 경쟁업체나 IT회사와 협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 나머지 3개 회사도 ‘1년 살이’ 경영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등 업계 점유율 변화를 가져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수입차 시장이 크는 현상도 일장일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차 업체가 외국 선진 시스템을 국내에 보여줌으로서 동반성장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업체가 나쁜 버릇을 배웠다. 소비자와 분쟁이 일어나면 끝까지 버티는 행태를 보인다.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월 판매량이 3만대 선을 넘자 국내 업체들이 보이던 부정적 모습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개선해야할 사항이다”

그는 또 소비자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는 칭찬에 인색하다. 과거 국산 자동차 회사들이 그만큼 안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칭찬해야할 점도 있다. 최근 현대차가 진행한 공개 충돌테스트는 긍정적인 면이 컸다. 부족한 면도 있지만 어찌됐건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런 모습에까지 불신의 시선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최종 목표는 애프터마켓 연구소 설립

김 교수가 본 국내 자동차 산업 미래는 어떨까. 김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크려면 기업과 정부 상호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 말했다.

“자동차 산업 컨트롤 타워가 없다. 정부 부처 간 관리 영역이 겹치고 무엇보다 소통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관련 법과 정책이 부실하다. 산업이 크려면 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선행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그는 최근 화두인 전기차와 수소차의 대중화는 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고 지적한다.

“수소차는 내연기관 차를 대체할 궁극의 차다. 하지만 대중화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다. 수소차는 인프라나 관세 시스템이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전기차는 일종의 틈새 시장이다. 내연기관 차의 세컨차 개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연기관 자동차 역시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또 오염을 줄이는 기술이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기·수소차와 내연기관 차가 상호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는 또 “자율주행차는 차의 개념을 하나의 ‘IT 제품’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킹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국내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해킹을 시도하려 준비 중이다. 또한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시 운전자 치상률을 높인다. 자신이 운전하다 사고가 나는 것과 무방비로 충돌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이 역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빼곡한 지식만큼이나 바쁜 삶을 사는 김 교수. 최종 목표는 국내 자동차 에프터마켓을 연구 하는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다.

“자동차 중고시장이나 튜닝 등을 포괄한 애프터마켓 규모가 100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전문가는 없다. 2년 뒤쯤엔 자동차 애프터마켓 연구소를 차리고 싶다. 연구소를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방송활동도 하며 국민에게 시장을 알릴 것이다. 해외로도 진출해 국내 자동차 애프터마켓 위상을 올리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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