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배임 적용시 감형 가능성…‘파기환송 - 집행유예 선고’ 재벌 양형공식 부활하나

이재현 CJ회장 / 사진-뉴스1

대법원이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일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251억원과 횡령 115억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유지했지만 배임액을 309억원으로 산정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을 적용한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저지른 배임행위에 대해 형법상 배임죄가 아닌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은 특경법상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특경법을 적용하려면 배임행위로 취득한 이익이 특정돼야 하는데, 이 회장의 경우 이를 산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특경법 3조는 금액에 따라 형법상 배임죄보다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취득한 이익을 특정할 수 없을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이 회장의 배임죄 자체를 무죄로 본다는 취지는 아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파기환송심을 거쳐 집행유예를 받는 '재벌 양형공식'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비슷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특히 이 회장의 경우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파기되면서 감형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경법상 배임 혐의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반면 형법상 배임죄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CJ 측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CJ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국내비자금 3600여억원, 해외비자금 2600여억원 등 총 6200여억원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546억원 조세를 포탈하고 719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또 일본에서 개인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CJ재팬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방식으로 회사에 39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2심 재판부는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구속기소된 직후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 뒤 바이러스 추가 감염 우려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그 기간이 연장됐다. 이 회장은 오는 11월21일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파기환송심에 임하게 된다.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이 회장은 재판 과정의 대부분을 구치소가 아닌 병원에서 머물다가 풀려나는 셈이 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