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홍 대표와 그가 만든 자율주행차량 / 사진=원태영 기자

운전자 조작 없이 시내 주행하는 차량을 만들어낸 이가 있다. 한민홍 첨단차 대표가 주인공이다. 한민홍 대표는 20년 이상 자율주행차를 연구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조작 없이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행하는 차를 말한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정보통신(IT) 업체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에 가세했다.  

한민홍 대표는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1993년부터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0년 7월 고려대 교내 벤처로 설립한 첨단차다. 정년 퇴직 후 한 대표는 첨단차에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민홍 대표는 자율주행차로 서울과 대전을 수백 번 이상 왕복했다. 당장 상용화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오랫동안 실험했다. 한 대표가 올린 자율주행차 운행 영상은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9월 1일 경기도 성남시 미금역 부근 첨단차 사무실에서 한민홍 대표를 만났다.

한민홍 대표/ 사진=원태영 기자

 

-자율주행을 완벽히 실현했나.

자율주행은 사람 조작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지금 기술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은 아직 멀었다. 전 세계가 기술 장벽에 다다른 상태다.

자율주행은 보통 센서와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외부환경을 분석한다. 여기엔 한계가 있다. 외부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굉장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율주행차량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율주행 연구는 공학적인 흥미이자 도전이었다.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개인적 흥미로 시작하게 됐다.

-자율주행차량 활용 분야는.

노약자나 미숙련자,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다. 또 자율주행기능을 온오프(On-Off)형태로 만들수 있다. 운전자는 갑자기 전화가 오는 상황이나 졸음 등 돌발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다.

-20년 이상 연구했는데 가장 힘든 점은.

인공지능 기술력이 문제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로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할 수 없다. 또  관심이 부족했다. 국가 차원의 지원도 없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차량을 15대 이상 만들었다. 국가 지원은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첨단차의 기술 수준은.

첨단차는 3단계 기술을 가지고 있다. 3단계 기술은 부분적으로 자율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 무리 없이 자율주행할 수 있다. 일반도로에서도 돌발변수만 없다면 자율주행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자율주행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차선 인식, 센서 설치, GPS 방법이 그것이다. 첨단차는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차선을 인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구글은 GPS를 이용한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한다. GPS 지도가 웨이포인트(Way Point)를 인식한다. 차량은 웨이포인트를 따라 움직인다. 웨이포인트는 자율주행차량의 주행 방향이나 궤도를 통제하는 지도 위 가상의 점이다.  

GPS 방식 자율주행차량에겐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정밀한 수신기가 필요하다. 수신기는 수천만원이 넘는다. 또 GPS 방식은 산밑이나 터널, 구름낀 날씨, 고층건물이 많은 도로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차선을 인식하는 방식은 장비 값이 싸다. 또 도로만 깔려있으면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주변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차선이 지워지거나 하는 돌발변수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할 문제가 남아있다.

첨단차는 영상처리 기술을 계속해서 향상시켰다. 처음 만든 차량은 깨끗한 도로에서만 갈 수 있었다. 지금은 비가와도 선이 흐려져도 갈 수 있다. 주행여건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은 그 폭이 무한대로 늘어나야 한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여러군데 흩어져 있는 기술들을 모아놓으면 외국을 능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연구자들이 기가 죽어있다. 연구자들은 기술을 어디에 상용화할 수 있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국내 기술을 채택하지 않는다.  

국내 업체들은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기술을 쓰고 있다. 국내 기술은 못 미더워한다. 국내 연구진은 기술 개발을 해놓고도 판매할 곳이 없다. 정부가 국내 연구진의 기술적 성과를 종합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 연구 계통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는 같은 프로젝트를 이름만 바꿔서 계속 해오고 있다. 기존 연구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술현황부터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국내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나아갈 뱡향도 논의해야 한다.

자율주행기술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이목을 끌자 정부가 이제서야 관심을 갖게 됐다. 정부는 이미 개발된 관련 기술을 한 곳에 모으지 못하고 되새김질만 하고 있다.

또 자율차량 관련 기술이 법적으로 자동차 튜닝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관련 규제도 없는 실정이다. 관련 규제와 튜닝 항목이 중요하다. 상용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관련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인증기관은 자율주행 개조로 교통 사고가 날까봐 겁내고 있다. 인증기관이 먼저 제대로 된 인증 규정을 만들어야 자동차 튜닝사업이 발전할 수도 있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운전 보조기구로서 역할에 집중할 생각이다. 완전 자율주행은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따라서 졸음방지나 장애물을 만났을 때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등 제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이 밖에 듀얼드라이빙 시스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듀얼드라이빙 시스템은 주행 중 핸드폰을 받거나 잠시 한눈을 팔아도 안전하게 운전자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네비게이션을 설치하듯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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