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와 일반대는 동전 하나 차이” 대학 교수 말 인생 지표로 삼아

권경혁 서미트투자자문 대표이사 / 사진=윤민화 기자

“명문 대학과 일반 대학은 동전 하나 차이다. 학벌 볼 필요 없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똑똑하지 않다. 대학에서는 산수 배우고 사회에 나와서야 수학 배운다. 메릴린치 역대 최고경영자(CEO) 모두 명문대학이 아닌 평범한 대학을 졸업했다”

권경혁 서미트투자자문 대표(57)는 “모든 것은 동전 하나 차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1977년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부터 지금까지 이 인생관으로 살았다.

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보냈다. 제네럴모터스에서 3년간 일한 뒤 미국 증권사 메릴린치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메릴린치에서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증권 리스크관리 팀장으로 영입했다. 지금은 서미트투자자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돌연 물었다. 가장 현명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고. 그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단 한번도 포기한 적 없다. 앞으로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뷰에 임했다.  

- 미국 메릴린치에서의 경험은 어땠나.

월가는 살벌했다. 일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만삭의 임신부도 칼날같이 잘려 나간다. 평생 논산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느낌이었다. 농담 아니다. 나는 성취욕과 일에 대한 욕망이 매우 커 버틸 수 있었다.

메릴린치 재직 20년 동안 구조조정이 5번 있었다. 구조조정이 있을 때마다 직원 20%가 떨어져 나갔다. 내게 구조조정은 기회였다. 구조조정이 있을 때마다 살아남았고 오히려 승진까지 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이듬해 2002년 구조조정 때는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승진했다.

메릴린치에서 20년 근무 경험은 내 삶의 기반이다. 업무 강도가 워낙 높아 다른 일은 웬만해선 힘들지 않다. 지금 사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밌다.  

- 미국 월가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

서미트투자자문을 정착시킨 뒤 해외로 팽창할 계획이다. 서울과 미국 뉴욕에서 인정받는 투자자문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일할 생각이다. 서미트투자자문은 한국 기업이 아니다. 시작은 서울에서 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다. 꼭 성공할 거다.

나는 단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사업을 시작한 이상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다. 사람들 대부분이 성공 문턱까지 와서 포기한다. 성공이란 열정, 노력, 끝없는 자기개발, 집념으로 온갖 외풍을 견뎌내는 것이다. 포기하면 모든게 무용지물 된다 .

- 서미트투자자문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낼 차별화전략은 무엇인가.

안정적이고 연속성있는 수익률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꾸준한 수익을 내려면 확고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수익률을 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 금지 원칙 5가지를 선정했다. 한 요인이라도 해당되면 절대 투자 하지 않는다. 시가총액 700억원 이하, 시가총액 대비 부채비율 일정 규모 이하, 지속적이며 높은 순이익률(직전 4분기 중 3분기 이상 순이익 발생), 상승잠재력, 성장성이 그 5가지다.

-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은 어떻게 가려내는가?

기업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다. 직원을 교육할 때 재무재표만으로 기업의 투자가치를 분석하게 한다. 기업 이름을 보는 순간 편견이 생기기 때문이다.

재무재표는 숫자만으로 기업의 성적을 말한다.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숫자만 보고 옥석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 한국에서 사업할 때 가장 힘든 점은?

일단 정부 규제가 지나치다. 사업을 시작하니 체감 정도는 훨씬 더하다. 한 마디로 정부는 투자업체를 오버캐리(over-carring·지나치게 개입하기)한다. 공무원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없는 일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서류 하나 처리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사업을 시작할 때 인맥이 없어서 힘들었다. 한국은 철저한 인맥 위주 사회다. 실력이 있어도 개인적 친분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사적으로 알지 못하면 신뢰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누구를 알고 모르냐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 한국은 비정상적으로 학벌을 따진다. 학벌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이런 비정상적 사회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학벌, 인맥보다 실력을 우선해야 선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너무 다른 사회 풍토에 아직도 힘들다. 미국은 학벌, 인맥보다 실력을 먼저 본다.

이런 문화 차이 탓에 사업을 안착 시키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나에겐 또 다른 도전이다. 기득권이 없으니까 더 열심히 인맥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 인맥쌓기 때문에 골프도 많이 치겠다.

아니다. 주말엔 공부한다. 골프할 시간 없다. 기껏 해봐야 한 달에 한 번 친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공부하고 분석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