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임환수 국세청장이 취임 1년을 맞이했다. 국세청은 지난 1년간 안팎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임 청장은 1년 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꺼냈던 약속 대부분을 실천했다. 납세자 친화 정책을 실천한 것이 돋보인다.

국세청은 납세자 친화적인 세정 환경을 만들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 ‘현장소통의 날’을 지정, 전국 일선 세무서에서 일제히 운영했다. 이 제도는 일부 세무서에서 무늬만 소통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국세청은 23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차세대시스템을 구축, 지난 2월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도입 초기 시스템 불안정 때문에 민원실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으로 납세자와 세무공무원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안정됐다.

또 고액·전문화하는 조세소송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송무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대 개편했다. 부장판사 출신을 송무국장으로 영입했고 송무요원 200명 이상을 재배치했다. 소송은 제2의 세무조사라는 임 청장의 소신이 배경에 깔려 있다.

내부 승진시스템도 바꿨다. 누구나 관리자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자 했다.  국세청 2인자인 차장을 비고시 출신으로 임명했다. 26년만의 일이다. 7개 지방국세청장 역시 비고시출신이 압도적이다.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전관(前官) 세무사에 대한 것이다. 국세 행정 경험이 많은 세무공무원들이 국세청을 떠나 세무사가 돼서 다시 국세청을 찾는다. 세무대리 업무뿐만아니라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기도 한다. 특히  세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을 토대로 위촉되는 납세자보호위원회, 국세심사위원회 등에서 주로 활약한다.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세무조사에 관한 사항 중 범위확대, 중지요청 등 안건을 다룬다. 국세심사위원회는 이의신청에 올라온 세금불복 건을 심의한다. 두 위원회 모두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며 위원들 면면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위원회가 외부 압력에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심사위원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세금불복 청구건을 다루는 터라 위원 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심사위원회에 올라온 불복건이 인용(세금취소) 됐을 때 세무대리인들은 엄청난 성공보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국세심사위원회에 올라온 안건은 찬반 투표를 거쳐 처리된다. 세무서 과장급 직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전관 세무사가 위원들에게 압력(로비)을 가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위원회 외부 위원은 일선 세무서장이 추천하고 국세청장이 임명한다. 따라서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전관 세무사의 참여을 배제할 수 없다. 외부 위원에겐 위원회 상정안건과 이해 충돌 소지가 있으면 스스로 회피하라고 권고할 뿐이다.  

취재과정 중 국세청이 국세심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는 전관 세무사에 대한 통계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 탓에 전관 세무사들이 어디 세무서에서 얼마나 활동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임환수 청장도 국세청장으로서 임기를 다하면 전관 세무사가 될 것이다. 임 청장은 그동안 세무공무원의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했다. 임 청장이 남은 임기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각종 위원회에 전관 세무사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