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인문·교양의 만남..미래의 기술을 키운다...오종남 서울대 SPARC 명예주임교수 인터뷰

오종남 명예주임교수. 사진=시사저널 임준선 기자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 경제의 급격한 위상 변화를 말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해선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융합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필요한 요즘. 과학과 인문을 종횡하는 통섭(通涉)의 강좌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지난 2002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개설된 SPARC(Science & Policy Advanced Research Course)이다. 과학기술산업융합최고전략과정으로 불리는 이 강좌는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질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전달한다. 인문학이 접목된 수업 방식이 굳은 두뇌를 유연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2007년부터 SPARC를 이끌어오고 있는 오종남 명예주임교수(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63)는 "과학은 어렵지 않다"고 단언한다.

"졸업 후 하는 공부는 어렵지 않다.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성인 교육은 시험이 없어 좋다."

오 교수는 시험에 대한 압박감 없이 하는 공부가 주는 효과에 주목한다.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 수업은 1교시 과학, 2교시 인문·교양, 3교시 상호교육 시간으로 꾸려진다.

과학 수업은 학계 최고의 교수진이 알기 쉽게 진행한다. 나노소자의 차원 변환 현상, 피카소와 상대성 이론, 축구공과 빅뱅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다뤄진다.

인문·교양 수업은 문정희 시인의 문학의 즐거움-문학의 도끼로 삶을 깨워라, 문훈숙 유니버셜발레단 단장의 발레이야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종남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1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통계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이 같은 이력은 SPARC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 떨어진다.    

오 교수는 "과학 전공자가 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면 왠지 자기 밥그릇 챙기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법을 전공한 경제 관료 출신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내가 세계 속 한국 과학의 현주소를 얘기하는 것은 다소 객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현재 문화·비전 분야에서 ‘행복론(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라)’과 과학기술 경영 및 정책 분야에서 ‘세계속의 한국 그리고 지도자의 소명-한국경제 읽는 법’을 강의하고 있다.

"환갑을 지내고도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그럼 그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2가지라고 본다. 배움과 나눔이다. 공자의 논어 가운데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않겠는가)'란 글귀처럼 배움은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다. 배려(配慮)는 말 뜻 그대로 '짝'을 생각하는 것이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함부로 반말하는 경우가 요즘 너무 흔하다. 배려 없이는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고 발전할 수도 없다."

경제 역시 쉽게 풀어 설명한다.

"여성이 병원에서 출산 후 아이와 함께 퇴원하려면 병원비를 지불해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비가 들어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게 경제활동으로 이뤄진다. 우리 삶 자체가 경제다."

SPARC는 새 사업 아이디어를 찾고자 하는 기업인들에게 유용하다. 과학과 기술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전제다.

오 교수는 "과학은 호기심과 검증을 통해 이뤄지는 하나의 이론이라면 기술은 이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과학은 자연대, 기술은 공대로 분류되는데 한국의 자연대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과학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경쟁이 안 되는 시대다."

오 교수가 무보수로 강의에 나서는 이유는 이런 절박한 상황을 이해시키려는 데 있다. 과학과 인문·교양의 만남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다. 또 진정성을 얻고자 한다.  

"인생은 표 한장으로 떠나는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행과 같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누군가는 버스와 기차를, 또 다른 누군가는 비행기를 이용한다. 서로 바라본 세상이 다르다. 우리 모두가 선생님이자 학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3교시 수업 이름을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따왔다."


 

◆서울대 SPARC

△본과정의 특징

- 과학적 사고 및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CEO 양성

- 21세기 지식경쟁시대를 이끌 사회지도층 능력 개발

- 전문기업인 동문 및 석학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 전공분야에 관계없이 과학 원리에 대해 쉽고 흥미롭게 터득

- 각 분야의 최고권위자로 구성된 강사진

△주요교과 내용

- 기초과학의 이해 : 수리·통계, 물리·천문, 화학, 생명, 지구환경 등

- 첨단과학기술의 소개 : IT(정보과학), NT(나노과학), BT(생명과학), ET(환경과학), ST(우주과학) 등

- 과학기술경영 및 정책, 문화·비전 등 글로벌 리더십 과정

- 인문/과학을 통합하는 융합, 산업융합 경영 전략 및 융합 시스템에 대한 이해

- 최신의 과학발전상 소개 및 과학기술산업융합 체험교육 과정

- 합숙특강, 부부특강, 워크샵, 견학 등의 특별 프로그램

- 방학기간 중 희망자에 한하여 과학현장 답사여행(생물·지질 탐사, 별 관측 등)

△교육기간 및 시간

- 6개월 과정 (년 2회, 상·하반기 모집)

- 매주 화요일 18:30~21:45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