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환노위 전체회의서 본회의 직회부 의결
경제6단체, 공동성명 내며 반발···노동계는 환영 ‘분위기’
與, 헌재 권한쟁의 심판·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움직임’
국회의장 움직임 변수···대통령 또 거부권 행사 ‘관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근로자가 노동조합 할 권리를 보장한단 취지를 담은 노란봉투법이 여야간 극한 갈등 끝에 본회의 직회부 절차까지 밟았지만, 입법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헌법재판소 판단과 국회의장 의중 등이 변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해 결국 정치적 소모전만 벌이다 끝날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노사 관계 관련) 대법원 판례의 모순을 해결하려면 입법부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법안과 관련한 논의를 끝없이 지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근로자 파업 이후 사측의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법제정 필요성이 거론됐다. 법안을 보는 여야 관점은 크게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노동3권 강화에 도움이 된단 입장인 반면 여당은 강성노조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악법이라고 본다. 

국회 논의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야당 주도로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3개월 이상 처리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법사위원장을 장악한 여당이 시간끌기에 들어갔단 비판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법상 법사위가 법안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 내 마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통해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결국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0인 중 찬성 10인으로 가결됐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경영계 반발은 거세지는 모양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다”며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배배상 책임 제한은 산업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켜 국내기업들의 투자뿐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직회부를 반기며 여야가 본회의 논의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 측은 “대법원 판례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이미 개정안의 의미와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됐다”며 “진짜 사장이 교섭의 책임을 지게 하고,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며,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일은 이미 당연한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유럽의 국가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며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이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입법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법사위 심사 중 직회부된 부분이 국회법상 ‘이유없이’ 부분에 위배된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단 방침이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에서 충분히 논의하도록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숫자로 밀어붙이는데, 깡패인가”라며 헌재 판단을 받겠단 입장을 밝혔다.

헌재 판단과는 별개로 김진표 국회의장 움직임도 변수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소속인 김 의장이 노란봉투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단 주장이 제기된다.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장님과 환노위원들이 (과거) 식사 자리를 가졌다. 거기서 국회의장님도 ‘이것(노란봉투법)은 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오게하는 법이다. 그러니 여야 의원들이 각자 더 심도있게 논의를 해봐라’(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김 의장이 여야 의견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선 여야간 협의시간을 준단 점을 감안했을 때 당장 25일 본회의 표결이 진행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직회부와 거부권 등 국회와 정부간 힘겨루기 양상이 계속되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김 의장은 간호법 제정안 관련 본회의 상정을 한 차례 미루고 여야 원내대표간 추가 논의를 주문한 바 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법안이 통과하려면 국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데, 야권의 의석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여권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아니라 불법파업조장법이다. 야당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토록 유도해 불통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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