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소송전 ‘종지부’···‘이윤압착’ 규제 명시한 첫 판결 유지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 12일 "KT와 LG유플러스가 독점력을 활용해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을 인용한 판결을 내렸다.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대법원이 지난 18일 KT와 LG유플러스 상고를 기각하고 "KT와 LG유플러스가 독점력을 활용해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했다"는 원심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와 LG유플러스가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저가 판매’ 등 불공정경쟁을 펼쳤단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양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이 8년여 만에 최종 결론 난 것이다. 이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는 총 65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게 됐다.

19일 법조계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KT와 LG유플러스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 불공정경쟁을 펼쳤단 파기환송심 판결이 불합리하다며 지난 2월초 대법원에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월 KT와 LG유플러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 대해 내린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에서 KT와 LG유플러스의 법률대리인은 각각 법무법인 율촌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공정위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지평이 맡았다.

KT, LG유플러스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적 공방 일지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KT, LG유플러스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적 공방 일지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기업메시징 서비스는 기업이 신용카드 승인, 배달 안내 등의 문자메시지(SMS, MMS 등)를 통지해 주는 서비스다. 1998년 부가통신사들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2009년부터 부가통신사에 공급하는 무선통신망(원재료) 이용요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직접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비판이 나왔다.

공정위는 KT와 LG유플러스가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건당 9.2원의 통상거래가격보다 과도하게 낮춰 서비스를 제공해 공정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5년 KT와 LG유플러스가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가진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을 독식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행위 금지명령·5년간 관련 회계 분리)과 함께 각각 과징금 20억원과 44억9400만원을 납부하도록 명령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2013년 기준 기업메시징 서비스 매출은 각각 1269억5100만원과 2127억5700만원에 달한다.

양사는 공정위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2018년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공정위가 대법원에 상고했고, 2021년 대법원이 파기환송해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후 1년 6개월여간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기업메시징 서비스 가격 인하에 있어 경쟁제한의 의도와 목적은 없었다며 되레 소비자후생 증가 효과가 있단 점을 강조했다. 반면 공정위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의 가격 인하 행위의 경쟁제한성이 인정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KT와 LG유플러스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월초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또다시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측의 법적 공방은 8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판결과 상고이유를 살펴보면,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해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위 법 제5조에 의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0억원과 44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이번 확정 판결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한 유형으로 ‘이윤압착’ 행위를 규제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 판례다. 이로써 공정위는 원재료를 독과점으로 공급하면서 완성품도 생산 및 판매하는 수직통합기업이 원재료 가격을 완성품 가격과 같거나 더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완성품 시장에서 효율적인 경쟁자를 배제하는 ‘이윤압착’ 행위에 대해 규제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원심판결에 대해 “통상거래가격의 의미와 이윤 압착행위의 부당성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윤 압착 행위의 리딩 케이스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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