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강남·서초 등 최고가比 6억 이상 하락
목동 전셋값 2년 전 대비 절반 수준
전셋값 고점 2021년 계약 만기 돌아와
“올해 하반기 보증금 반환 대란 가능성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빌라를 중심으로 덮친 역전세난이 아파트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2년 전 전셋값보다 6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이 2021년 말 고점을 찍은 만큼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말 보증금 미반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는 대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15일 9억원(21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2021년 12월 경신한 최고가 15억5000만원(19층) 대비 6억5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인근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 역시 같은 날 9억4000만원(11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2021년 2월 최고가 15억9000만원(13층) 대비 6억5000만원 떨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 기피가 심화한 상황에서 공급 물량이 많아 가격 하락세가 가파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도 상황이 비슷하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레슬 전용 85㎡는 지난 13일 11억원(17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해 9월 최고가 19억원(15층)과 비교해 8억원 하락했다. 서초구에서도 반포동 반포자이 84㎡가 지난 15일 13억5000만원(8층)에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지난해 6월 22억원(17층) 대비 8억5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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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하락세는 강남3구 외에도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신공덕동 신공덕래미안2차 전용 84㎡는 지난 15일 5억5000만원(4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2021년 8월 최고가 10억4000만원(7층)에 비해 4억9000만원 내린 금액이다. 종로구 평동 경희궁자이3단지 84㎡ 역시 지난 13일 8억7000만원(7층)에 거래됐다. 2021년 11월 최고가 14억원(14층)과 비교하면 5억원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학군지로 전세 수요층이 두터운 양천구 목동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66㎡는 12일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2020년 12월 최고가 1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받아 대출이자만 수백만원씩 내고 있다”며 “대출이자를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셋값을 내려 세입자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전세난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은 해는 2021년 하반기다. 계약 만기인 올해 하반기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대거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147만 전세 가구를 표본으로 추산한 결과 올 하반기 서울의 역전세 가능 물량은 40%로 조사됐다. 여기에 서울 신축 입주 물량(1만가구)이 하반기에 몰려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금부자라도 당장 수억원이 넘는 돈을 마련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며 “신축 아파트의 경우 더 높은 가격대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낙폭은 더 커서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보증금이 하락하는 경우 하락된 차액만큼 임대인에 대출을 지원해 준다면 임차인과 임대인 다 보호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손을 걷어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불가피하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에게 대출 규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6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셋값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다른 대출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해주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구체적인 요건은 금융당국이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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