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두고 CFO를 이사회 위험관리위원 임명
상장 미뤄져···금감원도 '이사회 독립성 훼손' 지적
'올해는 IPO 대신 리스크 관리 집중하나' 전망도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본점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가 최근 이사회 멤버를 대거 교체하고 은행의 요직으로 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직도 함께 없애는 이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까지 이풍우 전 재무관리본부장이 사내이사 겸 CFO를 맡았지만, 이 전 본부장이 사퇴하면서 CFO 자리까지 없어진 것이다.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계획대로 기업공개(IPO)를 마치지 못한 여파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기존 이사회 멤버 13인 가운데 5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사회 멤버 가운데 사내이사는 탁윤성 소비자보호실장이 선임됐다. 이 전 본부장은 사내이사 자리와 본부장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 전 본부장은 우리은행 본점2기업영업본부장을 지낸 외부 출신으로, 이호성 케이뱅크 대표의 부름을 받아 지난 2021년 3월 재무관리본부장과 이사회 내 위험관리위원을 한꺼번에 맡았다. 2년 임기를 마치고 추가 임기 없이 사퇴한 것이다. 

그런데 케이뱅크는 이번 인사로 장민 경영기획본부장이 CFO 역을 겸임하기로 하는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별도의 CFO 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은행권에선 예상 밖이란 반응이 나온다. 금융사 업무 특성상 CFO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도 불구하고 해당 업무를 겸직 체제로 바꿨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작성했기에 이번 인사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단 설명이다. CFO는 기업의 기업설명회(IR), IPO 업무와 함께 자금조달과 운용 등 재무 전반을 책임진다.

케이뱅크의 이례적인 인사의 원인은 IPO의 계획 차질 때문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올해 초 상장 성공을 목표로 지난 한 해 동안 그야말로 ‘직진’으로 일관했다. 대출금리를 낮춰 대출자산을 대거 확보했으며, 은행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더 공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책정해 예·적금 규모를 늘렸다. 

CFO인 이 전 본부장을 이사회 안으로 들여 위험관리위원을 겸직하게 한 것도 IPO 성공을 위한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대출채권과 원화예수금은 각각 52%, 29% 급증했다. 특히 작년 가계대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성장률은 매우 높다는 평가다. 당기순익도 출범 후 사상 최대인 836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증시 부진으로 결국 IPO를 철회하면서 케이뱅크는 후유증이 더 크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최근 경영 전반에 대해 총 54가지(경영유의사항 26건, 개선사항 24건)의 지적사항을 통보했다. 내부통제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점과 자산·자본건전성 악화와 관련된 사안을 문제 삼았다. 업계에선 IPO 성공을 위한 외형성장 전략을 추구한 결과 내실을 다지지 못한 결과란 해석이다.  

특히 금감원은 CFO를 맡았던 이 전 본부장이 이사회에서 위험관리위원을 동시에 맡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재무실적 확대를 꾀하는 CFO 업무와 리스크관리는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케이뱅크 이사회가 은행의 리스크관리 업무에 느슨해지고 경영진의 외형확장 전략에 끌려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사내이사를 아예 소비자보호를 책임지는 탁 실장으로 교체하고 CFO 자리까지 없앤 것으로 분석된다.  

IPO 담당인 CFO 자리가 사라지자 올해 케이뱅크는 외형확장보단 리스크관리에 집중하는 ‘쿨링타임’을 가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이 지적했던 바대로 케이뱅크는 IPO 준비로 인해 자본·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94%로 작년 말 대비 4%포인트 급락했다. 이러한 하락 속도를 유지하면 영업 중단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자산건전성도 문제다. 케이뱅크의 전체 대출채권 가운데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95%로 1년 전과 비교해 0.41%포인트 급등했다. 은행권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0.36%), 토스뱅크(0.53%)보다도 크게 높다. 특히 올해 들어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은행권 전체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는 리스크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조직이 대형 시중은행과 비교해 작은 편이기에 이번 인사를 통해 CFO도 겸직체제로 됐다”라며 “인사와 관계없이 IPO는 계속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케이뱅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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