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고려아연 아모지에 각각 5000만, 3000만달러 투자···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주목
'2050 넷제로' 달성 핵심으로 떠오른 암모니아···액화 시 보관 온도 낮고 에너지 밀도 높아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해외 생산·수입, 국내 분해 활용

아모지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해 실증을 진행했던 대형 트럭. /사진=SK이노베이션
아모지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해 실증을 진행했던 대형 트럭. /사진=SK이노베이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비료(암모니아)를 연료로 작동하는 트랙터’.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로 비행하는 드론(무인기)’. 미래 이야기가 아닌 미국 스타트업의 실증 사례다. 생산량 90% 이상이 비료 원료로 쓰이던 암모니아가 글로벌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암모니아가 수소 운반·저장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다.

기업들은 암모니아를 수소 경제의 핵심으로 보고 수소 벨류체인 구축을 위해 관련 투자에 나섰다. 국내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고려아연은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하는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암모니아 연료전지 스타트업 아모지(Amogy)에 대규모 자금을 배팅했다.

◇암모니아로 몰리는 돈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고려아연은 최근 아모지가 모집한 1억39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1’ 투자에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금은 5000만달러(654억원) 규모로 지난해 3000만달러(387억원)에 이어 두 번째 투자다. 고려아연은 3000만달러(약 39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에는 국내 기업 두 곳을 포함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은 수준인 ‘넷제로’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수소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 기업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기업 아람코의 투자사 아람코벤처스, 영국 수소 산업 전문 투자기업 AP벤처스, 일본 최대 해운사 상선미쓰이(商船三井, MOL) 투자사 MOL플러스등이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으면서 암모니아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암모니아는 수소 원자 3개와 질소 원자 1개의 화합물이다. 고온에서 암모니아를 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기술을 ‘크래킹(Cracking·분해)’이라 부른다. 아모지는 크래킹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소 운송·저장 문제 암모니아로 해결

암모니아가 갖는 안정성이 수소 사회를 앞당기고 있다. 수소는 이론상 자연에서 무한히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데 기술적 난제가 많았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부피가 너무 커서 운송 시 액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하 253℃를 유지해야 한다. 암모니아는 영하 33℃ 이하만 유지하면 돼 기술 장벽이 낮은 편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액화 수소를 생산, 운반·보관하는데 총비용이 kg당 12달러 이상이 드는 반면 암모니아를 운반하고 다시 수소로 분해해도 kg당 비용은 6달러 미만이다. 같은 부피에서 암모니아는 액화 수소보다 약 1.5배 더 많은 양을 채울 수 있고 에너지밀도도 1.7배가량 더 높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를 싸게 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내 수소 경제는 해외에서 암모니아를 생산 혹은 수입하고 국내에서는 이를 분해, 정제하는 모델이 구축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어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할 여건이 안 된다”며 “주로 수입을 통해 암모니아를 들여오면 이를 분해해 수소를 이용하는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수소 생산능력과 추출 수소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 아직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과 고려아연도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크래킹 기술에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크래킹 기술 확보에 더해 암모니아 공급망 구축도 이뤄지고 있다. 고려아연과 SK가스는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 한화임팩트와 ‘한국·호주 수소 컨소시엄’을 꾸려 2032년까지 연간 100만톤(t) 이상의 그린 암모니아를 호주에서 한국으로 공급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호주에서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그린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 대량 생산을 계획 중”이라며 “RE100을 선언한 만큼 그린 암모니아 등을 통해 온산 제련소 등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도 암모니아를 미래 에너지로 점찍었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탈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공개한 ‘2050 탄소제로 로드맵’ 보고서에서 암모니아가 2050년 선박 연료 수요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모두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아모지도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사업 대상을 선박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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