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작년 연봉 제일 낮지만 생산성은 '1위'
IPO '올인'으로 실적 급증···올해 둔화 가능성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본점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인터넷은행의 평균연봉이 시중은행을 넘을 정도로 급증한 가운데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곳은 케이뱅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 준비로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직원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 다만 케이뱅크의 건전성도 악화됐기에 올해는 생산성이 작년만큼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토스뱅크가 공시한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토스뱅크 임직원의 평균연봉은 1억1900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6100만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KB국민은행(1억1300만원)이나 우리은행(1억400만원) 등 주요 시중은행보다 많은 규모다.  

카카오뱅크의 평균연봉도 1억4600만원으로 1년 전(1억4400만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다만 스톡옵션 행사 차익(542억원)을 빼면 1인당 보수는 1억700만원 수준이라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케이뱅크는 9600만원으로 인터넷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전년(8000만원) 대비 20% 크게 늘었다. 

케이뱅크가 평균연봉은 가장 적었지만 1인당 생산성은 가장 높았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직원 1인당 거둔 이익(충당금적립전이익)은 3억7000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세 배 넘게 급증했다. 평균연봉이 늘어난 규모보다 생산성 상승폭이 더 컸던 셈이다. 케이뱅크의 1인당 거둬들인 이익은 2위인 카카오뱅크(3억2800만원) 대비 5200만원 더 많았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장 성공을 위해 적은 인원으로 ‘영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간 케이뱅크는 자본이 부족해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유상증자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자금 사정이 개선됐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대출자산 확대에 집중했다. 그 결과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충당금적립전이익(1628억원)도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네 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반면 직원 수(440명)는 같은 기간 71명(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실적을 낸 셈이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이익은 늘었지만 전체 직원 수도 증가한 탓에 1인당 생산성에서 케이뱅크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의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충당금적립전이익은 46% 늘었고, 전체 인원(1201명)도 같은 기간 25%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 신사업을 개척하면서 채용 규모도 계속 늘리고 있다. 

토스뱅크는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생산성도 마이너스(-)1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출범한지 1년 조금 넘긴 시점이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새롭게 뛰어들 예정인 전세대출 사업이 성공한다면 흑자전환 시기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스뱅크는 사업확장을 위해 지난해 연이어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인터넷은행의 생산성은 대형 시중은행을 크게 넘어선다.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국민은행(2억500만원), 신한은행(2억4500만원) 모두 3억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 없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상품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직원 수도 그만큼 적다. 더구나 젊은 세대일수록 인터넷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에 거부감이 없기에 실적도 계속 늘고 있다.    

다만 케이뱅크는 올해도 생산성이 크게 오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IPO를 위해 계속 달려온 결과 자본여력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린 결과 자산건전성도 악화됐다. 지난해처럼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뱅크가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둔다면 1인당 생산성 상승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급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기본급여 자체가 크게 인상됐다"며 "올해도 호실적을 달성해 높은 직원 생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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