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일 수요예측 진행···구본천 부회장의 LB그룹 3번째 상장 도전
몸값 낮췄지만 구주매출·기업가치 고평가·美SVB은행 파산 등 악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범LG그룹 벤처캐피탈(VC) 회사로 분류되는 LB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에 들어갔다.

LB인베스트먼트는 금리인상에 따른 VC업계 한파를 의식해 몸값을 다소 낮췄지만 적지 않은 구주매출과 기업가치 고평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SVB)은행 파산이 VC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변수로 꼽힌다.

◇ ‘범LG가’ LB인베스트먼트, 수요예측 시작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B인베스트먼트는 이날부터 다음날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청약 진행 결정시 확정공모가를 발표하고 20~21일 청약이 진행된다. 상장예정일은 29일로 알려졌다.

총 공모주식 수는 462만주고 희망공모가범위는 4400~5100원이다. 희망공모가기준 공모금액은 203억~236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22억~1184억원이다.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설립된 'LG창업투자'가 전신으로 지난 2000년 LG그룹에서 LB그룹으로 계열분리됐다. LB그룹은 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넷째 아들인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LB인베스트먼트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한 그룹집단이다.

현재 LB인베스트먼트는 구자두 회장의 아들인 구본천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구 부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와 사돈지간이다. 구 부회장의 아내 이성은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장녀다.

/LB그룹 지배구조=LB인베스트먼트 증권신고서
LB그룹 지배구조/=LB인베스트먼트 증권신고서

LB그룹은 지주사격인 LB를 중심으로 LB세미콘과 LB루셈, LB인베스트먼트, LB자산운용, LB휴넷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LB세미콘은 지난 2011년 1월에, LB루셈은 지난 2021년 6월에 상장했다. LB세미콘은 반도체 후공정 회사이고 LB루셈은 반도체 패키징 회사다.

LB인베스트먼트가 상장에 성공한다면 LB그룹에서는 세 번째 상장사가 된다. LB인베스트먼트는 LB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며 상장 후 LB의 지분율은 79.51%로 하락할 예정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7년 동안 1조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조성, 한국·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54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하이브,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이 대표적 대박 케이스로 꼽힌다. 최근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 몸값 낮췄지만···구주매출·고평가·SVB 등 악재 여전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8년 11월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해왔다. 기업가치를 원하는만큼 끌어올린 후 상장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지난해부터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금리인상에 자금조달 필요성이 높아지자 상장에 나서게 됐다.

L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감안해 상장 과정에서 몸값을 다소 낮췄다.

예비심사청구 당시에는 공모주식수를 750만주로 공시했지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보다 약 300만주를 줄인 461만8047주를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일정을 한차례 연기하면서 기업가치 평가방법도 바꾸고 할인전 시가총액도 추가로 낮췄다.

최초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는 기업가치산정 방식을 기업가치운용자산비율(EV/AUM)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을 혼합하는 방식을 선택했지만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단일화했다. 할인 전 예상시가총액도 처음에는 1634억원(주당 7080원)으로 평가했지만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약 200억원을 낮춘 1476억원(주당 6357원)으로 수정했다. 다만 희망공모가범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몸값을 다소 낮췄음에도 LB인베스트먼트 IPO까지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일단 IPO흥행에 악재로 여겨지는 구주매출 비중이 적지 않다. 전체 공모주식 461만8047가운데 33.3%에 해당하는 153만9349주가 최대주주 LB의 구주매출이다.

희망공모가 4400원 기준 전체 공모금액 203억원 가운데 136억원만 LB인베스트먼트의 사업확장에 사용된다. LB인베스트먼트는 136억원을 엘비혁신성장펀드Ⅱ 펀드출자에 26억원, 2024년 결성 예정인 신규 펀드의 출자금에 110억원을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LB인베스트먼트가 비교기업으로 제시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증권신고서상 LB인베스트먼트 기업가치가 현재 기준으로는 고평가된 셈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14일을 평가기준일로 설정하고 아주IB투자·SBI인베스트먼트·SV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벤처투자·다올인베스트먼트·대성창투 등 6곳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어 평가기준일 기준 소급하여 1개월간 산술평균, 1주일간 산술평균, 평가기준일 등 3가지 중 최소값을 적용해 적정 시가총액을 산출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한 미래에셋벤처투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비교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한 상태다.

미국 내 자산 순위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파산한 것도 수요예측을 앞두고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로 꼽힌다. 실리콘밸리뱅크는 미국 스타트업들이 주요 고객들인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 중인 미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와중에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인출이 지속되면서 맞게 된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스타트업 및 VC업계 전반에 대한 평가절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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