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상 최대 감소··· 4개월 연속 줄어
카뱅, 작년부터 주력사업은 전세대출
올해 대출성장률 10% 목표···특판 등 '안간힘' 

경기 판교 카카오뱅크 본점 / 사진=카카오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고금리 기조에 전세대출 시장마저 축소되면서 카카오뱅크의 올해 대출 성장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대출자산 증가율 목표치를 10%로 과감하게 잡았다. 전세대출이 사실상 주력사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위축된 시장 상황에 대출자산 확대가 어려워졌다. 

10일 한국은행의 ‘2023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예금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한 달 전과 비교해 2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 2016년 1월 관련 통계 편제 이래 가장 많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2조7000억원 감소했다. 

전세대출이 감소한 이유는 시중금리가 지난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많이 올라 전세대출을 받는 규모는 줄었고 상환 액수는 늘었다. 여기에 전셋값이 하락한 점도 대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벌어졌다. 작년 은행권 전세대출은 실수요자들로 인해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그 해 11월부터 전세대출도 꺾이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대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대출성장률 목표치를 10% 이상으로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은 전세대출 시장이 축소되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단 관측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전체 대출잔액(27조9000억원) 가운데 전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했다. 

/자료=한국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전세대출 시장은 당분간 나아질 가능성이 낮단 것이 금융업계의 주된 예상이다. 시중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금리는 새해 들어 하락했지만, 최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긴축의 강도를 조일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 한은도 금리인상 폭을 키울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대출성장률이 크게 꺾였다. 7%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1년 전 증가율(27%) 대비 낮아졌다. 이전까지 주력사업이던 신용대출이 14% 급감했기 때문이다. 작년 금리 급등으로 신용대출 시장이 가장 크게 쪼그라들었는데, 카카오뱅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 자리를 대신해준 것이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이 27% 늘면서 전체 대출자산도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전세대출 시장 축소의 영향을 이미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은행 전체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줄었는데, 카카오뱅크의 4분기 전세대출도 직전 분기 대비 1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첫 두 달 동안에도 시장 흐름에 따라 전세대출 잔액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전월세대출을 연 3.42%의 저금리로 제공하는 특판을 시행한 것도 대출 잔액 축소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란 해석이다. 

카카오뱅크는 전세대출 외에 작년 새롭게 출시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대출자산을 늘린단 전략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 범위를 아파트 외에도 다세대 주택까지 확장한단 계획을 세웠다. 또 분양 잔금대출 시장에도 진출하고 서민 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도 출시한단 방침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주택담보대출로는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한은은 전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도 주택시장 부진은 높은 대출금리, 매매·전세가격의 연쇄 하락 등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부동산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한 전월세대출 특별 프로모션으로 전세대출 신청액이 계속 늘고 있다”라며 “또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도 출시했기에 대출 성장 목표치 달성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카카오뱅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