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국내외 업계 주목
포스텍, 장-신장 연결 모사체 개발···업계 최초
티앤알·로킷, 글로벌 기업과 계약 성과 달성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국내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 피부·연골 등 상용화에 이어 글로벌 기업들의 협업 제안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핵심 유망기술로 떠올랐다. 정부 관심도 높아져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D 바이오프린팅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계약 성과를 내며 국제무대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원하는 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이를 환자에게 이식하거나 장기의 회복을 돕는 방식으로 인공장기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부작용이나 2차 감염 우려도 낮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단연 미국이 가장 앞서있다. 특히 오가노보가 지난 2013년 개발에 성공한 인공 간은 현재 독성시험 등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도 원숭이 줄기세포를 활용한 인공 혈관 제작에 성공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포스텍 연구팀이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해 장과 신장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모사체를 개발해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간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장기나 근육 하나의 기관을 만드는 연구는 많았지만, 서로 연결된 장기를 모사하는 경우는 최초다. 해당 기술은 여러 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복합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 사진=티앤알바이오팹

국내 개발사들도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며 선두 기업을 바짝 뒤쫓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생분해성 인공지지체를 구현해 2013년부터 안와골절, 안면결손 등 13개 치료분야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올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신청도 준비 중이다. 두개골 재건을 첫 번째 적응증으로 정했다.

생분해성 인공지지체는 뼈와 뼈 사이에 끼워넣어 새로운 뼈가 생겨나도록 돕는 구조체다. 뼈 재건 물질이 채워지면 구조체는 몸속에서 자연 분해된다는 설명이다. 티타늄이나 자가뼈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아 생분해성 인공지지체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다.

존슨앤드존슨도 티앤알바이오팹에 손을 내밀었다. 2020년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생체조직 인공지지체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과 환자 맞춤형 3D 임플란트 공급 계약도 맺었다. 

/ 사진=로킷헬스케어 홍보영상 캡쳐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 로킷헬스케어도 기술 성과를 쌓고 있다. 3D 바이오프린팅과 AI가 융합된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 20여개국과 공급 계약 성과를 냈다. 특히 지난달 SRS 라이프 사이언스와 5년간 5700만달러 규모의 당뇨발 재생 등 피부 재생치료 플랫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RS 라이프사이언스는 항생제, 관절염 치료제 등의 의약품을 러시아, 싱가포르, 인도, 태국, 필리핀, 코스타리카, 칠레, 콜롬비아 등 8개국 이상에 판매하는 중진국 중심 제약 기업이다. 

로킷헬스케어 관계자는 "러시아는 당뇨 발 환자 550만명 규모의 큰 시장으로 생명과학 산업의 빠른 성장세와 자체 재생 의료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러시아를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등 2억4000만명의 CIS 시장까지 진출해 더욱 강력한 장기 재생 사업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로킷헬스케어는 대구보건대와 반려동물 피부 재생 및 연골 재생 치료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연구에도 돌입헀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 추격에 정부도 지원 강화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주요 추진 정책 중 하나로 임상적용이 가능한 이종장기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인공 유사 장기를 12대 핵심기술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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