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최저 4~5% 수준
평균 금리만 놓고 보면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 보다 더 높아
직장인 등 고신용자의 경우 인터넷은행이 더 유리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금리 제시하는 은행으로 고객들 몰릴 수 밖에 없어"

국내 시중은행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신용등급별 금리현황(2023년 1월 기준). 지난달 카카오뱅크는 최저 금리가 연 4.58%까지 떨어지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역시 5.08%를 기록하며 카카오뱅크에 이어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외면받았던 마이너스통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가 최저 4~5%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마이너스통장 인기를 되살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어느 은행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평균 금리만 놓고 보면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 보다 더 높지만 직장인 등 고신용자의 경우 오히려 인터넷은행이 유리한 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0.7%포인트 인하했다. 최저 금리가 연 4.586%로 떨어지면서 고객들이 몰렸고 신규 대출액은 직전 1주일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점수 850점 이상의 고신용자 전용 상품이라 가입 자격이 제한했음에도 고객들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뱅크 마이너스통장도 호평을 받고 있다. 케이뱅크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5.08% 수준이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최저 금리(연 5.45%)보다 낮아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직장인들의 비상금 통장으로 불리는 마이너스통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애물단지로 취급받았다. 급격히 오른 금리가 주효했는데 특히 지난해 말에는 강원도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고신용자 마이너스통장 최고 금리조차 연 8%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대출자들은 불어난 이자에 깜짝 놀라 서둘러 대출을 갚아버렸다. 지난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1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61%(1조5342억원) 감소했다. 반년 전인 지난해 7월 말에 비하면 4조4000억원 넘게 줄어들었다.

또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자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인하했지만 마이너스통장만큼은 예외였다. 금리 상승기인 데다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있어 은행권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배경에는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공적 역할 강화 주문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을 사실상 '공공재'로 규정하고 과다한 성과급을 놓고 '돈잔치'라고 강하게 질타한 뒤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마이너스통장은 담보가 없는 만큼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등급별 금리 차가 큰 경향이 있어 고금리 기조 속에선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큰 편이다. 그랬던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최근 인터넷은행 중심으로 최저 연 4~5%대로 내리자 다시 조금씩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시 내려가는 이자율에 수요가 꿈틀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금리를 제시하는 은행으로 고객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3대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4.573~14.52%이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금리 하단이 0.94%포인트, 상단이 0.4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일반 시중은행의 경우 하락폭이 조금 더 가파르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신한)의 금리밴드는 5.45~7.25% 수준이다. 지난해 말 대비 금리 하단이 1.07%포인트, 상단이 0.7%포인트 내려갔다.

평균 금리만 놓고 보면 인터넷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가 훨씬 높아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신용자들에게는 인터넷은행이 더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 하단이 시중은행보다 더 낮다. 고신용자들에게 제공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 하단은 5대 시중은행 기준 평균 6.33% 수준이지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평균 6.17%에 불과했다.  

지난 1월 기준 시중은행별 평균 금리는 하나은행이 6.13%로 가장 낮은 반면 KB국민은행은 6.73%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평균금리는 연 5~7%대로 높긴 하지만 금리 하단이 크게 떨어지면서 낮아진 금리 혜택을 보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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