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시장 영업력 지표 3년만에 ‘꼴찌’ 전환···MNO 점유율도 홀로 ‘하락’
가개통 등 허수경영에 현장 임직원, 자조섞인 목소리 커져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이동통신서비스 시장 점유율이 지난 3년 동안 통신3사 중 유일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당 기기 판매량을 나타내는 ‘생산성’ 지표도 줄곧 감소해 지난해 처음으로 통신3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성과를 강조하며 정작 통신망 투자를 소홀히 한 탓에 ‘가개통’을 통해 영업 실적을 부풀린 ‘허수경영’으로 성장성이 훼손됐단 지적도 나왔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소매부문 영업 역량 평가 부문에서 지난해 꼴찌로 내려앉았다. 통신사 영업 역량은 통상 매장당 기기 판매 대수로 평가한다. 통신3사는 해당 자료를 정기적으로 정부에 제출한다. 지난 2019년은 LG유플러스 66개, KT 63개, SK텔레콤 61개 등이다. 지난해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53개, KT가 51개를 기록하며 최 하위에 머물렀다. 

이 기간 KT의 MNO 도매 시장 점유율도 2019년 25.9%에서 지난해 23.7% 2%포인트 감소했다. 도매 시장은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매해 유통망에 공급하는 시장을 말한다. SK텔레콤의 도매 시장 점유율은 동일한 기간 동안 46.2%에서 45.9%로 0.3% 줄었고,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27.9%에서 30.4%로 2.5% 늘었다.

 

이동통신3사 무선통신 시장 점유율 추이 / 그래프 = 정승아 디자이너
이동통신3사 무선통신 시장 점유율 추이 / 그래프 = 정승아 디자이너

KT MNO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KT의 MNO 시장점유율은 2019년 12월 29.7%에서 지난해 12월 27.3%로 2.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점유율은 47.1%에서 47.8%로,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23.2%에서 25%로 늘었다. 2위 KT와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 격차는 6.5%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좁혀졌다.

KT 임원 A씨는 “도매시장 점유율 하락은 KT가 디지코에만 주력하면서 유통망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다 보니, 유통망이 KT를 떠나며 나타난 결과”라며 “또 현재 KT의 전체 소매매장 중 50개도 못 파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KT 임원 B씨도 “현장 유통점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KT 내부에선 ‘KT는 이제 무선은 포기했다’란 말이 나올 정도”라며 “번호이동수(MNP)가 감소한 것도 유통망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유통점이 살아날 구조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T 임원들은 통신사업 경쟁력이 약화된 배경으로 가개통 등 광역본부 단위의 ‘허수경영’을 방치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KT는 구현모 대표 취임 첫해인 2020년 분산돼 있던 지역 고객 조직과 네트워크 조직을 통합해 6개 광역본부로 출범시켰다. 고객과 네트워크 최일선 접점인 광역본부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6명의 광역본부장 모두 전무급으로 보임하고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KT가 매출성장 중심의 KPI를 운영하다 보니, 당초 취지와 달리 각 본부가 성과 부풀리기에 집중해 영업 현장이 급속도로 망가졌단 게 KT 임원들의 평가다.

C씨는 “현재 KT 현장에선 e심 사용 가능한 단말기도 허수개통해 실적으로 산정하고 있다. 실제로는 없는 회선이나 마찬가지인데, 매출로 잡힌다”며 “구 대표가 현장의 얘기를 모르면서 허수경영한 본부장에게 회의 때마다 칭찬을 해왔다. 그렇다 보니 허수개통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한 환경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CEO 직속으로 둔 이유는 현장의 소리를 바로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즉 피드백을 잘 받겠단 의도다”며 “그러나 전무급 본부장들은 KT에서 20년 이상 지내면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싫은소리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D씨도 “가개통이 일상화됐을 정도로 광역본부 단위의 허수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현장의 허수경영을 통해 억지로 해지 및 연기로 만든 실적이라 가입자수치도 사실상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KT는 “가입자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많다”면서도 “KT는 허수경영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객 혜택과 편의 등을 위한 다양한 전략으로 성과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 가입자를 모집하면, 가입자수는 늘지만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그러나 오히려 가입자가 소폭 감소하고 ARPU는 꾸준히 상승하며 통신3사 중 1등이라 허수 경영으로 보기엔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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