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침체로 청년 일자리 위축···공공기관 채용 6년 만 최소 수준
채용박람회 찾은 취준생들 불안감···“노인·청년 일자리 정책 균형 필요” 

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3 공공기관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3 공공기관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졸업은 했는데 취업은 안 되고 시간만 가네요. 그래도 쫓기듯 그저그런 직장에 들어가고 싶진 않아요.” 

올해 경기 침체로 고용 시장이 위축되면서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 등 양질의 일자리 채용문이 줄어들면서 젊은이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주목하는 가운데 연령별 균형 잡힌 정책을 고민해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 시장은 코로나19 회복과 정보기술(IT) 업계 호황, 수출 호조 등이 맞물리면서 전년 대비 80만명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둔화가 두드러지면서 일자리 또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5월(93만5000명 증가)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수준을 10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 취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다. 지난해 두드러졌던 취업자 증가세도 뜯어보면 고령층 단순 일자리와 돌봄 수요 증가에 따른 일자리가 대다수로 청년층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12월 전체 취업자 증가 인원 50만900명 중 60세 이상(44만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86%에 달했다. 이시기 15~29세 청년 실업률은 5.2%로 전체 실업률(3.0%)를 크게 웃돌았다. 

취업준비생 눈높이에 맞는 고학력 일자리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다 보니 취업시장 수급불균형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3~2021년 대졸자는 연 평균 3.0% 증가했으나 고학력 일자리는 1.3%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더욱이 올해 고급일자리를 구하긴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청년층이 선망하는 직장 중 하나인 공공기관 채용 규모는 6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공기관 채용박람회를 열고 “올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목표를 2만2000명 플러스 알파 수준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청년인턴은 작년보다 2000명 늘어난 2만1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채용 규모 2만2000명은 2017년 2만2659명 이후 가장 적은 인원이다. 2018년 3만3894명, 2019년 4만1322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3만736명, 2021년 2만753명, 지난해 2만5542명으로 4년째 감소세다.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청년들도 불안감을 내비친다. 채용박람회를 찾은 취준생 남모(28)씨는 “졸업한지 3년이 됐는데 구직이 잘 안되고 위축되는 부분이 있어서 채용박람회에 한 번 와봤다”며 “자연과학계열을 전공했는데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을 살릴 생각은 없다. 구직을 하며 대학 4년을 허비했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졸업을 앞둔 대학생 김민경(25)씨는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 쪽 공공기관에 관심이 있어 찾았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공식적인 부분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아쉬웠지만 면접팁은 도움이 됐다”며 “요즘은 바로 정규직으로 뽑기 보다는 체험형 인턴을 주로 모집하는 것 같아 준비를 더 철지히 해야 할 것 같다. 사기업보단 공공기관 중심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플랫폼·IT 등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고연봉 기업들도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청년들의 구직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청년 고용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올해 정부의 일자리사업 예산은 11년 만에 감소했다. 올해 24개 부처 등이 주관하는 181개 사업에 배정된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이 30조3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줄었다. 반면 고령층을 위한 직접일자리 사업은 전년 대비 6.4%(977억원) 늘어났다. 저출산 고령화로 정부가 노인일자리 비중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올해 청년층 고용한파가 심각한 점을 감안해 균형잡힌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공공기관 취업박람회를 찾은 취준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공공기관 취업박람회를 찾은 취준생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고용정책에 있어 청년층 비중을 높여왔는데 지금은 그에 대한 조정이 어느정도 일어나고 있다”며 “현 정부 들어 고령층에 대한 지원 비중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예산 등 양적으로는 확대 기조에 있었기에 청년 고용 문제가 정부 정책 보다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게 우선이란 조언이다.

김 위원은 “정부가 정책 설계, 운영을 잘하는게 중요한데 정부가 교체되는 시기 전 정부에서 비중있게 다룬 정책들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측면에서 보면 효과가 있었던 정책들은 정권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가져가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정부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현 상황에서 새로운 고용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정책 중 실효가 있었던 정책을 잘 선별, 운영하는게 중요하단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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