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대외협력 부문장, 연이어 출석해 구 대표와 협의 진술
구 대표, 정부·여당 ‘깜깜이’ 경선 지적에 “할 말 없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혐의 관련 1심 공판기일에 출석한 맹수호 전 CR부문장 사장이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과정을 구 대표 등 당시 황창규 전 회장의 핵심 측근 임원들과 협의했다고 증언했다. 구 대표는 당시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었다. 구 대표는 앞서 조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기일은 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한 맹 전 KT 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맹 전 사장은 2015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KT의 대관 담당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재판은 KT 법인과 전·현직 임원이 2014년 5월~2017년 10월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KT는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비자금 규모는 11억5000만원으로 이중 4억3790만원이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제공됐다.

구 대표는 당시 황창규 전 KT 회장 비서실장과 경영지원총괄로 근무하며 대관 담당 임원에게 자금을 받아 자신의 명의로 국회의원 13명을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초 벌금 총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진행된 증인 신문의 핵심은 쪼개기 후원 실행 당시 경영지원총괄이던 구 대표의 상품권 깡 방식 지시 여부다.

맹 전 사장은 2016년 5월경 ‘20대 국회 대응 방향’이란 제목의 문건을 작성, 같은 해 8월경 황 전 회장과 구 대표, 김인회 전 KT 비서실장 등에 국회의원 후원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 당시 CR부문의 후원 예산이 부족한 탓에 구 대표 등이 참석한 임원 간담회에서 다른 부문 임원들의 명의를 빌려 후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겠단 것을 논의했단 주장이다.

맹 전 사장은 “김 비서실장과 구 경영지원총괄은 증인과 그런 협의를 한 적 없다고 한다”는 구 대표 측 변호인의 질문에 “협의한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임원 간담회 시 구 총괄에 다른 부문장을 동원해 후원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구 총괄이 별다른 질문 없이 ‘그렇게 하세요’라고 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맹 전 사장은 당시 구 대표가 국회의원 후원에 본인의 명의를 빌려준 것에 대해 “당시 후원에 동원할 임원 선정 기준은 KT에 오래 근무할 사람이었다”며 “또 그 당시 판단으로는 원래 KT에 있던 사람을 대상으로만 선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공판기일엔 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한 전인성 전 KT 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전 전 사장은 맹 전 사장의 전임자로,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KT의 대관 담당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전 전 사장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2014년 2월경부터 당시 구현모 비서실장 부사장, 박정태 윤리경영실장 부사장, 한훈 경영기획부문장 부사장 등과 정치자금 후원 경비 마련을 협의했단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황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3명의 임원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품권 깡 방식을 알게 됐고, 이들과 협의를 거쳐 쪼개기 후원을 실행했단 것이다.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죄와 다른 죄를 분리 선고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같은 범죄사실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 관련 재판도 받는다. 횡령 혐의 관련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3월로 예정됐다. 맹 전 사장은 이날 공판기일에도 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한다.

한편 구 대표는 이날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여당의 연임 반대 움직임에 대해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며 말을 아꼈다. 또 상무급 이상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전면 중단 배경과 재개 시점에 대해선 “오늘은 그것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해말 구 대표를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후보 선정 과정을 공개비판하며 여권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렇다 보니 당초 구 대표가 이르면 지난 13일 단행하려던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 시점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구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KT 정기 이사회 이후 전무급 이상 임원들과의 미팅에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일정을 연기하겠단 의사를 직접 밝히면서다.

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오는 3월 주총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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