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경선’ 지적 속 이사회 일정 첫 공개
외부 공모일정은 여전히 깜깜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이사회가 차기 KT 대표이사(CEO) 후보자군 구성 논의부터 구현모 KT 대표 단독후보 추대까지 ‘8일’ 만에 의사결정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구 대표가 선임된 지난 2019년에는 후보 공모 과정만 한달이 걸렸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증권신고서(채무증권)’ 자료에 따르면 KT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대표이사 후보자군 구성에 관한 사항’을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이어 22일 ‘대표이사후보 심사대상자 선정’ 절차를 마쳤다.

또 6일 뒤인 지난달 28일 KT 이사회 산하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 대표를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KT 이사회는 이같은 사항을 의결했다.

이는 구 대표가 지난달 13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음에도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를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KT 이사회가 사내·외 공모 및 심사 일정 등 계획을 공지하지 않으면서 깜깜이란 지적을 받았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이 취임 첫날 일성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강조한 데 이어, KT 이사회의 구 대표 단독 후보 추대 후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를 시사하는 입장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3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차기 KT CEO 후보 선정 관련 KT 이사회 활동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차기 KT CEO 후보 선정 관련 KT 이사회 활동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KT 이사회는 구 대표 단독 후보 결정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위원회는 최근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된 인사를 비롯해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했다”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총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27명의 사내외 CEO 후보군을 선정하고 충분한 심사까지 거쳤단 것이다.

구 대표가 복수 경선을 역제안한 이후 진행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회의는 최종 후보가 확정된 지난달 28일 단 하루다. 이같은 선임 절차는 2019년 구 대표 선임 당시엔 한 달 이상 공모 과정을 거쳐 추린 최종 9명 후보군 명단을 발표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KT 이사회는 외부 공모 및 심사 일정 등도 외부에 공개했다.

이에 대해 KT는 지배구조위원회와 이사회 회의 총 5회도 CEO 후보 심사 횟수로 포함해야 한단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회사는 정관 규정을 최대한 준수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KT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은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심사 및 차기 CEO 후보군 선정 등 이사회 주요 의결사항 대부분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KT 이사진이 깜깜이 심사뿐만 아니라,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T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박종욱 KT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찬성한 것에서부터 KT 지배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박 사장을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로 지목하며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회의 이사들로만 지배구조위원회, 심사위원회 등을 구성한 것 자체부터 문제다. 형식적인 요건만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며 “여러 인사들이 중층적으로 검증하잔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또 경선 과정에서 내부 인사의 지원은 받았어도 외부 공모와 관련해선 여전히 깜깜이 의혹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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