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작년 투자 금액 감소, 올해도 찬바람 예상···임상 결과 신뢰 문제 부상
美매체 '2022 형편없는 바이오 기업' 선정···임상 결과와 관련한 자의적 해석한 곳
"기업 진정성 중요, 임상 시험 특성 고려해 실패라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 부분 필요"

결괏값 신뢰도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제약·바이오 업계 투자 금액이 2022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조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도 유입 자금이 줄어드는 투자 한파가 이어지며 업계 내 기업 간 양극화 심화, 자금 부족 등으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임상 결과 발표 신뢰도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각 기업이 임상 결과에 대해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투자 금액 역시 2022년에 이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는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지난해 신규 투자금이 1분기 4051억 원, 2분기 2707억 원, 3분기 2029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분기 총 누적 투자액은 8787억 원이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누적 투자액인 1조2032억 원에서 27% 감소한 수치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 역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다수 매체는 지난해 생명공학 분야가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정리해고, 파이프라인 축소, M&A 거래 부족 등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력이 축소하며 올 한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임상 결과 발표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떠올랐다. 업계 특성상 임상 결과 발표는 투자 심리와 기업 가치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임상 결과 발표를 각 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유혹’에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임상 결과에 대해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흔하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인 피어스 바이오테크는 ‘2022년 한 해의 형편없는 바이오 기업’이라는 보도를 내놓으며, 임상 결과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내놓은 기업을 꼬집기도 했다. 해당 목록에 오른 7곳의 기업은 모두 임상 결과에 대한 해석 관련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어스 바이오테크는 브루클린 이뮤노 테라퓨틱스(Brooklyn Immuno Therapeutics)를 한 곳으로 꼽으며, 임상을 성공한 것처럼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면역 치료제인 IRX-2의 임상 2상에서 종결점(프라이머리 엔드 포인트·임상 끝점 또는 임상 결과는 임상 연구 시험에서 목표 결과를 구성하는 질병, 증상, 징후 또는 실험실 이상 발생을 참조하는 결과 척도)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1차 지점 목표는 달성이라고 발표하며 성공처럼 포장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아나벡스(Anavex), 비리오스 테라퓨틱스(Virios Therapeutics) 역시 임상 결과에 대해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갔다는 평을 내렸다. 임상 실패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린 사이토딘(CytoDyn), 테라퓨틱스(Relmada therapeutics)등도 목록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기업 역시 임상 결과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라는 ‘유혹’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치매 치료제 관련 임상 2상 시험에서 대조군 환자의 증상이 악화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자세한 기술을 내놓지 않았다. 약의 효과성 판단과 비교는 증상 악화를 전제로 하기에, 증상이 악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효과를 판단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대조군의 해당 결괏값은 26주까지의 수치”라며 “초기에는 증상 악화가 두드러지지 않으며, 장기적 차원에서 분석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B사의 경우 통증 관련 약물의 임상 1상에서 대조군의 약물이 시험 약물보다 좋은 효과를 보였다. 이에 일부 결과만을 떼어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B사 관계자는 “임상 1상에서 오류가 있던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임상 1상은 안전성 평가가 위주이기 때문에 수정을 별도로 하진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임상 결과 발표는)사실상 회사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에 프라이머리 엔드포인트를 맞추지 못했지만, 세컨더리 엔드포인트를 맞췄기 때문에 실패가 아니다 라고 하는 분위기도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임상 시험 결과 발표 관련 의무 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재단에서도 향후에는 임상 시험 결과와 관련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임상시험 결과에 이의가 있는 부분을 모아서, 그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필요성은 느끼지만)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는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즉,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한 해석과 발표는 시험을 진행한 기업에 개별적으로 맡겨져 있는 것이다. 

특허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특허정보진흥센터 관계자는 “특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가치 평가, 정확한 데이터 등이 규정돼있지 않기에 지금은 회사 발표에 의존도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투명한 결과 발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임상 기술이전 진행 과정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신약 개발 회사는 임상 결과 등 데이터로 가치 평가를 받는다”라며 “시장의 신뢰, 도덕성,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과정과 결과를 명확하게 밝혀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이 실패했다면 실패 사실을 솔직히 밝히는 게, 당장은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나은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임상 결과 해석에 대해 평가하기엔 어려운 점도 있다. 임상 결과 ‘해석’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각 분야마다 전문성이 높다는 업계 특성상, 각 업체에서 목적한 결괏값을 제삼자가 정확하게 판단·해석하기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이전 계약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적도 있지만, 범위와 전문분야가 다양한 만큼, 너무 구체적인 내용의 가이드라인은 모든 사례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과나 결괏값에 대한 발표는 꼭 필요한 만큼, 이 같은 한계지점을 극복할 안에 대한 제언도 나온다. 정 대표는 “결괏값에 대한 기대효과, 결과가 함의하는바 정도는 해당 업체에서 제시하고, 과다하게 포장되거나 잘못 해석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며 “결괏값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공시 위반인 만큼, 잘못된 공시에 대한 기준을 적용해서 페널티를 적용하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임상시험 자체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임상 1상의 성공확률은 20%가 되지 않는다”면서 “임상 시험 자체가 계속 수정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망보다 데이터가 안 나온 것을 ‘실패했다’라고 규정하기보다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임상 시험을 다시 디자인해 프라이머리 엔드포인트를 새로 지정하고, 다시 시도하겠다는 태도가 요구된다”라며 “이를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진정성과 솔직함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회장은 “먼저 기업이 솔직하게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했다. 미 매체인 피어스 바이오테크 역시 형편없는 바이오 기업 기사에서 결괏값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해나가는 제넨테크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제넨타크는 알츠하이머와 관련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 대상자는 대부분 백인이었는데, 알츠하이머의 경우 흑인, 히스패닉에서의 발병 소지가 더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제넨테크 측은 알츠하이머 관련 임상에서 다양성 보장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를 시정, 다양한 인종을 등록하는 연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피어스바이오테크는 “거대 제약회사가 대중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신선한 일이었으며, 업계 타사들이 배울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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