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금리 틈새 투자처로 각광···대출 비중 높아 고금리 직격탄
분양가 대비 3000만~5000만원 낮춘 매물 속출···손실 우려에 매물 던지기
“고금리·시장 침체 장기화에 투자 매력 떨어져···가격 회복 쉽지 않을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수익형 부동산 중 주택시장 규제 회피처로 최고 호황을 누렸던 생활형숙박시설과 지식산업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분위기다. 두 상품은 대출 규제가 느슨하고 전매도 자유로워 지난해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 여파로 인기가 빠르게 식었다. 매수 심리가 위축된 탓에 ‘마피’(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 매물조차 팔기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에선 분양가격보다 3000만~5000만원 낮은 분양권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전용면적 49㎡부터 111㎡까지 평형대를 가리지 않고 초급매물이 등장했다. 이 밖에 ‘무피’(분양 당시 가격) 매물도 상당하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난해 8월 분양 당시만 해도 인기가 상당했다. 876가구 모집에 58만명이 신청하며 평균 657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6049 대 1로 전용 111㎡ 13가구 모집에 8만여명이 몰렸다. 이곳은 서울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루나루역과 인접한 역세권인 데다. 코엑스의 약 2배에 달하는 MICE 복합단지 내에 자리한다는 점이 청약 수요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8월 분양 당시 평균 65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 / 자료=롯데건설

특히 생활형 숙박시설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이 아니어서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고,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청약통장도 필요하지 않고 가점이 아닌 추첨제로 당락이 갈린다. 또 전매 제한 없이 청약 당첨 시 바로 타인에게 매매할 수 있어 웃돈을 노린 단타 수요가 몰렸다. 이 단지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단기 시세차익 실현이 가능했다. 실제로 분양 직후 최고 1억5000만원 수준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계약금 정도만 마련하고 상당 부분 대출에 의존한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금리 급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자 가격 상 이점도 사라졌다.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손실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매물을 던지며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생활형 숙박시설과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10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7가 ‘KLK유윈시티’에선 전용 48㎡가 5억원대에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 분양가보다 3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에서 상급지로 불리는 성동구에서도 ‘아이에스비즈타워’ 전용 187㎡가 이달 2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이 올 7월 28억8000만원에 매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년 새 3억원 넘게 빠진 것이다.

지식산업센터는 비교적 저렴한 투자금액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 저금리 시대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사업자등록만 증빙하면 개인·법인에 상관없이 분양받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투자자는 분양가·매매가의 70%, 법인의 경우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1억원 짜리 지식산업센터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 실투자금이 2000만∼3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전매 제한이 없고 입지에 따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많은 투자자들이 찾았다.

지식산업센터의 인기가 식은 건 금리 인상 때문이다. 고금리로 인해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 기존 투자자들은 임대 수입이 정체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자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한 지식산업센터 분양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대출 규제가 약했기에 돈을 빌려 매매한 사례가 많아 금리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금리 인상 여파로 임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과잉 공급도 지식산업센터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지난달 말 기준 1445곳에 이른다. 지난해 말(1282곳) 대비 12% 늘어난 것이다. 일부는 공사를 마치고도 입주사를 찾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기 하남시나 시흥시 등 최근 지식산업센터가 급증한 서울 외곽일수록 공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선 고금리 상황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생활형 숙박시설과 지식산업센터가 인기를 끌었던 건 저비용 투자로 임대 수익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이점이 사라졌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물을 던지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요가 몰리면서 시행사와 건설업자들이 가격을 많이 올린 만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매수자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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