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는 성병 검사 '인기'···"비대면 진료 포함돼 규제 부담 커"
규제 리스크 적은 '질 타입 검사' 출시···개인 맞춤형 유산균도 추천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펨테크 플랫폼 쓰리제이가 국내 최초 비대면 STD 검사에 이어 질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 진료 외에 비교적 규제 리스크가 적은 '자가키트 검사'를 사업 모델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쓰리제이는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체킷 질 타입 검사'의 베타 서비스를 최근 종료했다. 검토를 거쳐 내년 초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질 타입 검사는 여성의 질 내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분석해 유산균 분포에 따른 질 타입을 분류하는 검사로, 각자에 맞는 질 유산균을 추천받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쓰리제이가 최초다. 

여성의 질에는 유산균과 유해균이 존재하는데, 유익균인 유산균이 감소하고 유해균이 많아지면 질염 등 여성 질환이 발생한다. 질 내 관리를 위해 유산균을 섭취하는 이유다. 다만 이때 자신의 질에 가장 많이 있는 우세 유산균(우세균)이 많이 들어간 제품이어야 효과가 높아진다. 

체킷은 질 타입을 크게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락토바실러스 크리파투스 ▲락토바실러스 가세리 ▲락토바실러스 이너스 ▲락토바실러스 젠서니 ▲우세균이 없는 상태로 나뉜다. 어떤 우세균도 없는 질 타입은 질염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가지 질 타입 / 자료=쓰리제이

체킷 앱에서 질 타입 검사를 신청하면 검사 키트를 배송받아 질 내 검체를 직접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검체를 전문 PCR 시약 및 검사기관인 아토플렉스로 보내 검체 분석 후 결과를 체킷 앱으로 알려준다. 이후 각자의 질 타입에 맞는 유산균 제품 추천으로 이어진다. 

박지현 쓰리제이 대표는 "여성의 질 타입은 각자 다르고, 몸 상태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이 사실을 잘 몰랐던 우리는 그동안 우리는 유명인이 광고하는 유산균 제품을 구입하곤 했는데, 이제 체킷 질 타입 검사를 통해 내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쓰리제이(체킷) 개요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2020년 7월 설립한 쓰리제이는 국내 최초로 병원 방문 없이 키트로 STD(성 매개 감염병) 검사가 가능한 플랫폼 '체킷'을 개발했다. 질염·성병 검사뿐 아니라 진료와 약 처방까지 가능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다.  

키트 수거와 검사 전체 과정을 각자의 집에서 직접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에 코로나19 시기 많은 2030 여성들이 이용했다. 실제로 쓰리제이 따르면 지난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 중 코로나19 다음으로 많이 차지한 진료 분야는 질염·사후피임 등이었다. 

다만 STD 검사는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에 포함돼, 사실상 불법 서비스다. 현행법상 성병 원인균 검사 결과는 무조건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으로부터 직접 확인을 해야 하지만, 비대면 진료 서비스로 분류돼 앱을 통한 결과 통보가 함께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현재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의료·의약계와의 대립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 2월 정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됐지만, 비대면 결과 통보가 허용되는 검사 건수는 단 1000건에 불과하다. 여기에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쓸 수 없는 카드다. 

이러한 이유로 박 대표는 STD 검사 서비스를 확대하기엔 많은 제약이 따랐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고, 허용 가능한 범주도 모호해 빠르게 액션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쓰리제이가 STD 검사에 이어 새로운 검사 서비스를 선보인 데엔 규제 리스크를 벗으려는 취지도 있다. 질 타입 검사 서비스는 비대면 진료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제약이 덜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 규제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다시 피봇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비대면 진료가 아닌 헬스케어에 속하는 질 타입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쓰리제이는 장기적으로 집에서 검사하는 '앳 홈 테스트(At Home Test)'에 특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다양한 검사 데이터를 토대로 좋은 제품을 큐레이션 해주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생리대, 청결제, 영양제 등 개인 맞춤형 제품군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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