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열 농심 상무, 잇따라 글로벌 무대서 트렌드 파악 나서
3세 경영은 시기상 이르단 평가···비건 사업에 집중할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에 합류한 농심의 오너가 3세 시대가 열리는 분위기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동열 상무가 최근 잇따라 글로벌 무대에 등장하면서다. 농심은 라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해외사업 확대에 공들이고 있는 가운데 신 상무가 CJ그룹 3세인 이선호 경영리더처럼 사업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 상무는 최근 글로벌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신 상무는 지난 6월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를 만나 현지 식품 사업을 놓고 논의했고, 10월에는 파리 국제식품박람회를 직접 찾아 글로벌 식품 트렌드를 파악한 바 있다.

신 상무는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해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경영기획팀 대리와 부장 등을 맡았고, 지난해 승진을 통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현재 신 상무는 구매 담당 상무로 식품기업에서 원자재 수급이라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이는 최근 원자재 가격의 등락폭이 큰 상황에서 기업의 실적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맡고 있는 부서다.

신상열 농심 상무. / 사진=농심
신상열 농심 상무. / 사진=농심
농심 최근 실적 추이. / 자료=농심, 표=김은실 디자이너
농심 최근 실적 추이. / 자료=농심,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처럼 신 상무가 임원으로 승진 이후 첫 경영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에서는 신 상무의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 대사와의 만남에서 신 상무는 사업 투자를 약속하는 등 협력 강화 방안을 언급한 바 있어 신 상무의 농심그룹 내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데 힘이 실렸다. CJ그룹의 이선호 경영리더 역시 비비고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적극 전개했고, 올해 식품전략추진실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여기에 농심은 라면의 매출 비중이 79%에 달하자 신사업의 일환으로 건강기능식품과 비건용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실제 신 상무는 파리국제식품박람회에서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사용해 만드는 대체육, 비건 식품을 주로 살폈다.

비건 식품은 농심의 미래 먹거리이기도 하다. 농심은 대체육, 비건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선보였고, 올해는 채식 코스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포레스트 키친’을 오픈했다.

신동원 회장도 지난해 기존 사업은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취임사에서 신 회장은 “건기식과 대체육 등 신규 사업에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신상열 상무의 보직은 구매 담당으로 변함이 없다”면서 “업무 차원에서 글로벌 식품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기준 농심 요약 지배구조. /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난 1분기 기준 농심 요약 지배구조. / 표=정승아 디자이너

농심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 농심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했다. 농심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 총액 5조3790억원이고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유투바이오 등 상장사 4개와 비상장사 21개, 해외법인 19개 등 총 44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농심은 올해 회사의 명칭, 자본금, 자산총액 등 회사의 개요,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회사의 주식 수, 회사의 국내 회사 주식소유현황 등의 내용을 담은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그간 농심은 주요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과 오너일가의 지분 보유량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계열분리를 통해 몸집을 축소시키는 작업을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농심은 신춘호 회장 별세 전 승계작업을 끝낸 상태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적다. 신동원 회장은 2003년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출범했을 당시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농심홀딩스 지분 36.38%를 확보했고 현재 42.92%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신 상무 역시 신춘호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아 3분기 말 기준 농심 지분 3.29%의 농심홀딩스 지분 1.41%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신 상무는 구매 담당을 맡은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영 성과를 논하기에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신 회장 역시 1958년생으로 아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오너가 3세 경영을 펴기에도 시기상 이르다.

농심 관계자는 “신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승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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