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효과성과 잠재력에 비해, 전 세계에 시판 제품 아직 없어

엑소좀 관련 이미지/자료=셔터스톡·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국내 엑소좀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JW중외제약·대웅제약·한국콜마홀딩스·종근당바이오 등 제약사들도 관련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며 참여에 나섰다. 기업 간 교류와 협력도 활성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엑소좀 관련 치료제는 높은 효과성과 잠재력에 비해, 전 세계에 시판 제품이 아직 없다. 개발 초기 단계로, 글로벌기업과의 기술 격차도 크지 않다. 국내기업의 세계 시장을 향한 엑소좀 치료제 개발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엑소좀은 인체 내에 존재하는 천연 ‘우체부’다. 30~150nm(㎚·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천연나노입자 중 하나로, 세포 속을 드나들며 물질 및 신호 등을 전달한다. 발견 초기에는 세포가 분비하는 부산물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포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 물질을 엑소좀에 실어 다른 세포에 보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관련 연구가 본격 시작됐다.

세포 속을 드나드는 엑소좀을 이용하면, 약물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다. 인체 친화적이며 생체 적합성이 높기에 기존 약물 전달 방식 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넘어서기 어려운 체내 장벽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물 투과율이 낮았던 중추신경계 관련 질환 극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 장벽(BBB)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모인다. 이 밖에도 모세포의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진단을 도와주는 ‘바이오마커’로의 활용 가능성도 있다.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관련 치료제 개발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현재 코디악바이오사이언스, 에이글 테라퓨틱스, 엑소팜, 아발론, 에복스 등 약 20여 개의 바이오기업이 엑소좀 제품을 개발 중이며, 관련 기업은 200여 개를 넘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는 글로벌 엑소좀 시장이 오는 2030년 약 2조 6000억 원 규모에 달하리라 전망했다. 하지만 대부분 개발 초기 단계로 시판 중인 제품은 아직 없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 엑소좀 관련 기업(엑소좀산업협의회 소속)은 현재 33개이며, 직원 수는 1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소좀 관련 국내 파이프라인은 53개로 파악됐으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억 달러(약 2700억 원) 정도다. 

엑소좀 개발에 참여하는 제약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JW중외제약·대웅제약·한국콜마홀딩스·종근당바이오 등은 엑소좀 제품을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과 계약을 맺고 공동 개발에 나섰다. JW중외제약은 지난 17일 마이크로RNA(micRNA)를 탑재한 줄기세포 기반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스엔이바이오와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도 지난 1월 엑소스템텍과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타임바이오와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종근당바이오는 프로스테믹스와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성장하는 시장인만큼, 업계 내 교류와 협력도 활발하다. 지난 3월에는 엑소좀 관련 기업이 모인 ‘엑소좀산업협의회’가 출범했다. 로제타엑소좀, 시프트바이오, 에스엔이바이오, 엑소스템텍, 엑소좀플러스, 엑소코바이오, 엑소퍼트, 엑솔런스바이오테크놀로지, 엠디뮨, 엠디헬스케어, 웰에이징엑소바이오, 이언메딕스 등이 회원사다. 

정부 당국 역시 2018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관련 산업에 보폭을 맞추려 노력 중이다. 식약처는 각 기업과 엑소좀 제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질의응답 및 활발한 의견 교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엑소좀산업협의회와 간담회 자리를 가지는 등 업계와의 상호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국내기업 중 처음으로 임상 단계에 진입한 곳은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다. 지난 4월 임상 1상을 호주에서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호주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종료된다면, 미국에서도 임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소젠도 임상에 돌입한다. 브렉소젠은 지난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BRE-AD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이른 시일 내로 1상을 마치고 2024년 2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에스엔이바이오, 프리모리스, 시프트바이오 등이 2023~2024년 내 임상승인계획(IND) 승인을 계획하고 있다.  

엑소좀이 어떻게 표적 세포로 이동하는지,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방법 등 몇 가지 메커니즘이 밝혀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암세포부터 만성 신부전증, 골관절염, 폐 질환, 탈모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상용화를 위한 정밀한 정제와 충분한 양 배양은 과제로 꼽힌다. 

국내 엑소좀 개발 시도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이 신개발 사업, 교류와 협력 등을 통해 엑소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제놀루션은 엑소좀을 체액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제놀루션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엑소좀을 추출하는 플랫폼 기계를 준비 중이다. 엑소좀산업협의회의 1기 회장을 맡은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엑소좀 개발 기업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및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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