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시가 배당률 상승···8~9%대도 다수
물가 정점론에 따른 금리 속도 조절 가능성도 호재
차환 리스크와 자금 조달 형태 살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한 가운데 다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의 주가 하락에 시가 배당률이 높아진 데다 물가의 정점 통과 전망으로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각 리츠의 자산과 차입 형태 등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한다.  

1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 리츠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21개 리츠 중에서 이리츠코크랩,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에이리츠, 신한알파리츠 등 다섯 곳을 제외한 15개 리츠가 올해 상장 후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을 정도다. 리츠가 변동성이 크지 않은 투자군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실제 리츠 중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롯데리츠의 경우 지난 6월 중에만 하더라도 6150원에 거래됐었다. 그러다 이달 4일 장중 3325원까지 내렸는데 하락률만 45.9%에 이른다. 그다음으로 시총 규모가 큰 SK리츠는 지난달 4325원까지 내렸는데 올해 4월 말 연고점 대비 40% 넘게 빠졌다. 이들 모두 공모가 5000원 보다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리츠가 다시금 주목받을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시가 배당률이 높아진 까닭이다. 한국리츠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최근 배당금 기준(지난 5월) 21개(올해 상장한 종목은 예정 배당률 적용) 종목의 시가 배당률 평균은 연 7%다. 이들 중에선 시가 배당률이 8~10%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에이리츠의 경우 최근 배당금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시가 배당률이 13.45%로 산출된다. 디앤디플랫폼리츠는 9.15% 시가 배당률을 보이며 제이알글로벌리츠, 미래에셋맵스리츠, 롯데리츠, 케이탑리츠 등은 8% 시가 배당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다음 배당 상황에 따라 실제 배당금과 시가 배당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

여기에 몸값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최근 해외 자산 임대료 상승을 근거로 목표 배당 수익률을 상향 조정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제6기(2022년 9월~2023년 3월) 예상 배당액을 주당 약 146원에서 약 152원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로 인해 공모가(5000원) 기준 배당률이 기존 5.85%에서 6.1%로 늘었다. 제7기와 제8기 역시 상향 조정을 예고하면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시가배당률(지난 10일 3400원) 기준 연 9% 배당 수익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리츠에 긍정적인 이슈다. 올 들어 리츠가 급락세를 보인 배경에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장 금리가 높아졌고 이는 상대적으로 리츠의 배당 매력을 낮춘 요소가 됐다. 리츠보다 안전성이 높은 시중은행 예금의 경우 금리가 5%를 돌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발표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물가 정점론이 퍼졌다. 물가 상승을 근거로 금리를 올렸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조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발생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일부 IB(투자은행)의 경우 내년 경기 침체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을 50% 수준으로 보기 시작했다. 리츠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시가 배당률에 주가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편에서는 리츠 투자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 데다 일부 리츠의 경우 높아진 금리 환경 탓에 리파이낸싱(차환) 부담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와 시가 배당률 상승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분류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역발상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금리 움직임을 섣불리 예측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입지와 공실 여부 등 자산의 우량성과 같은 기본적인 항목에서부터 차환이나 추가 자금조달 여부, 기존 대출이 변동금리인지 고정금리인지 등을 살펴서 투자하는 것이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한국리츠협회 홈페이지. /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한국리츠협회 홈페이지. / 표=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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