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변경·기술평가 탈락 등으로 소부장·바이오 상장적기 놓쳐
뛰어난 기술성은 인정받아···적자기업에 냉혹한 시장 분위기 변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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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기업공개(IPO)에 나선 감속기제조사 에스비비테크와 신약개발사 샤페론이 9월 마지막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소부장기업, 샤페론은 바이오기업으로서 모두 최적의 상장 적기를 놓치고 뒤늦게 상장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스비비테크와 샤페론은 모두 기술성은 인정받았고 상장 강행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최근 성장주에 가혹한 시장 분위기 탓에 IPO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스비비테크와 샤페론이 제시한 흑자전환 시나리오에 투자자들이 얼마나 동의하느냐가 관건이다.

◇ 에스비비테크·샤페론, IPO 지각한 이유는?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부장 특례 상장을 추진 중인 에스비비테크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희망공모가범위는 1만100~1만2400원이고 180만주를 공모한다. 희망공모가기준 공모금액은 182억~223억원이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억~737억원이다. 공모가 확정 이후 다음달 5~6일 공모청약이 실시되고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에스비비테크는 2015년 정밀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소부장 기업이다. 감속기는 로봇·자동화 기기에서 모터의 회전력을 증폭시켜 로봇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데 그동안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HDS)가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에스비비테크의 최대주주는 송현그룹의 상장 계열사인 케이피에프(KPF)다. 송현그룹은 지난 2018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ACPC PE와 손잡고 창업자인 이부락 대표 등 기존주주들로부터 에스비비테크를 인수했다.

송현그룹은 인수 후 상장을 추진했다. 마침 2019년 발생한 일본 수출 규제 때문에 소부장 열풍이 불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에스비비테크를 방문하기도 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가 급격히 악화됐고 상장을 잠시 미뤄야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올해 4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고 정권이 바뀐 올해 7월에야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결과적으로 공모주 시장에서 소부장 열풍이 식고 한파가 찾아왔을 때 상장하게 됐다.

29~30일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샤페론 역시 최근 IPO시장에서 흥행이 어렵다고 평가받는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이다.

샤페론은 성승용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2008년 학내 벤처로 시작한 회사로 염증 복합체 억제제 플랫폼 'GPCR19'를 바탕으로 아토피 피부염치료제 '누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누세린', 코로나19 치료제인 '누세핀' 등을 개발하고 있다.

샤페론은 당초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1월 기술성 평가에서 떨어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기술성 평가 통과를 위한 전문가 인력을 대거 보강하고 지난해 11월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샤페론은 다음달 6~7일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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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기업에 ‘가혹한’ 시장···흥행할까?

최근 IPO 시장에서는 흑자기업들만이 우대받고 있기에 에스비비테크와 샤페론의 IPO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에스비비테크와 샤페론 모두 기술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적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올해 상반기 매출 40억원, 영업손실 4억원을 냈다. 샤페론 역시 올해 상반기에 매출 40억원, 영업손실 40억원을 기록했다.

에스비비테크와 샤페론은 상장 후 흑자전환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에스비비테크는 공모자금을 생산설비 확대에 사용하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에스비비테크는 공모자금 가운데 61억원을 생산설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감속기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2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에스비비테크는 올해 11억원의 적자를 내지만 내년에는 영업이익 2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내후년에는 98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샤페론 역시 2025년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추정실적을 제시했다. 올해 영업손실 217억원을 낼 예정이지만 내년에는 195억원, 내후년에는 24억원으로 영업손실이 대폭 줄어든다. 이후 2025년에는 3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근거는 기술수출을 통한 로열티(기술료) 수입이다. 샤페론은 지난 4월 브릿지바이오 테라퓨틱스에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제를 기술수출했고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샤페론은 20억원을 일단 선급금으로 받았고 향후 임상단계별로 기술료를 수취할 예정이다.

샤페론은 지난해 3월 국전약품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당시 계약금 10억원에 임상단계별로 추가 기술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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