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커머스 지향하던 티몬, 큐텐과 시너지 고민
수년째 적자 이어져···큐텐, 티몬 어떻게 반등할지 관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며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쿠팡·위메프와 함께 3대 소셜커머스로 꼽히는 티몬은 최근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큐텐(Qoo10)’과 인수 협상을 마치고 새 대표 선임을 비롯한 조직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수년째 적자인 티몬은 큐텐과 새 전략 짜기에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5일 티몬 지분 100%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티몬은 대주주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티몬 지분 81.74%와 PSA컨소시엄(티몬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6.91% 등 총 100%를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교환했다.

큐텐은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중국·홍콩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와 함께 상품 주문부터 배송에 이르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종 계약을 체결한 티몬은 사내 공지를 통해 ‘새로운 조직개편과 인사제도 변화’를 언급했다. 티몬은 공지에서 “양사의 역량와 잠재력, 비전이 낳을 시너지(동반상승)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 회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티몬 최근 실적  추이. / 자료=티몬, 표=김은실 디자이너
티몬 최근 실적 추이. / 자료=티몬, 표=김은실 디자이너

유통업계에서는 구영배 큐텐 대표에 주목하고 있다. 구 대표는 2009년 당시 옥션의 모회사인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하고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큐텐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이베이가 지난해 G마켓과 옥션을 신세계그룹을 매각하자 구 대표는 국내 시장 재진출을 모색해왔다. 장윤석 티몬 대표까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구 대표가 인수한 티몬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현재로서 큐텐과 티몬은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G마켓처럼 각자 따로 운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티몬 신임 대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티몬에 큐텐 경영진 일부가 합류했다는 점에서 G마켓 창립멤버인 류광진 전 이베이코리아 부사장과 큐텐 자회사 지오시스를 이끌고 있는 김효종 대표 등이 장 대표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큐텐과 각자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큐텐과 티몬이 운영 방식부터 플랫폼 성격이 다르다보니 소비자들 연령대, 이용방식 등도 달라 당분간 지금처럼 따로 운영할 것이란 의미다.

티몬 해외직구 카테고리에 큐텐 상품이 업로드돼 있다. / 사진=티몬 캡처
티몬 해외직구 카테고리에 큐텐 상품이 업로드돼 있다. / 사진=티몬 캡처

문제는 티몬의 전략이다. 그간 티몬은 브랜드 풀필먼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으며 브랜드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D2C(Direct to Customer) 모델과 브랜드 팬덤 구축 등을 강조해왔다. 또 티몬은 인플루언서 공동 상품 기획 ‘위드티몬’, 웹예능 ‘광고천재씬드롬’ 등 콘텐츠 커머스에도 주력해왔다. 그러나 티몬이 큐텐에 인수된 상황에서는 새 전략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큐텐이 자본잠식에 빠진 티몬을 어떻게 반등시킬지도 관심이다. 티몬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티몬의 매각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2000억원대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인수합병을 논의할 2019년 티몬의 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티몬의 기업가치는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일단 큐텐은 티몬 해외직구 카테고리에 ‘큐텐 위시팜 상품 모은 테스트’, ‘큐텐x티몬 스페셜 직구’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큐텐은 아시아 6개국에 2000만명 이상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상위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기록되는 만큼, 티몬 파트너사들의 글로벌 진출에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티몬 관계자는 “해외직구 카테고리를 통해 큐텐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여행, 레저 수요가 올해부터 되살아나면서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30%가량 오르는 등 실적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SG닷컴과 G마켓, 11번가와 아마존 등 사례를 꼽으며 큐텐과 티몬의 시너지 효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11번가가 아마존 서비스를 론칭한 것과 달리 티몬은 큐텐에 인수된 상황이라 시너지를 내기에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티몬이 새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큐텐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도 많이 들 것으로 예상돼 반등, 시너지를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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