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거리용 B737-8 40대 도입 추진···전량 구매기로 계약 예정
구매기로 리스비용·연료비용 절감해 경쟁력 높이고 수익성 제고 계획
향후 운수권 배분에서 제외돼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검증된 기존 전략으로 규모 키운 후 다른 사업모델 고민해도 늦지 않아”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의 중대형 항공기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기존의 사업전략을 유지하며 중단거리용 항공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데 우선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2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B737-8 신규 항공기 도입을 위한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B737-800 리스기 35대와 보유기 3대를 B737-8 보유기 40대로 전량 교체하고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B737-8은 기존 B737-800에 비해 운항 가능거리가 1000km 이상 길고 연료 효율이 15% 이상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이번 항공기 도입을 위해 1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유상증자까지 감행했다. 코로나19 피해로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로 여겨진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2074억원, 영업손실 13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액 1169억원, 영업손실 1585억원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고 있진 못하다.

제주항공의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은 최근 LCC의 전략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최근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LCC 중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각각 중대형 항공기 A330-300과 B787-9을 도입하고 있다. 진에어는 이전부터 400명 가까이 탑승 가능한 B777-200ER을 보유했다.

제주항공이 다른 LCC와 달리 중단거리용 항공기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주항공이 다른 LCC와 달리 중단거리용 항공기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주항공이 적자상황에도 기존 LCC 사업 전략을 유지하는 이유는 비용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내는 아직까지 개방이 늦어지고 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론 항공업계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비록 초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정상화 흐름에 맞춰 구매기로 전환해 리스 비용을 절감하고 연료 효율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LCC의 기본 사업 전략은 동일기종·단거리 노선 운항이다”며 “비용절감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확보한 뒤 규모를 키워 다른 사업모델도 고민해볼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제주항공의 구매기 도입엔 최근 리스비용 증가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항공사들이 국내보다 먼저 정상화됨에 따라 리스기 수요가 높아지며 리스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럽 허브 공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은 엔데믹 상황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각에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며 향후 운수권 배분에서 홀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1일 호주 당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승인했다. 관련해 향후 합병에 따라 중대형기를 보유한 국내 LCC에도 중장거리 노선이 배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돼 운수권이 배분될 수 있지만,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는 일이다”며 “불확실한 상황에 투자하기보단 검증된 기존 사업전략에 따라 우선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대형기 도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안정적인 상태에서 중대형기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합병에 대한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최근 호주당국이 승인하긴 했지만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 심사국이 남아있으며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승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항공의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운수권 배분까진 추가적으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무리하게 중대형기를 도입했다가 운수권 배분이 지연되면 손해가 커질 수 있는데, 제주항공은 이를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외 유럽노선의 경우 인/아웃이 다른 경우가 많아 노선을 배분 받더라도 예상만큼 수익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제주항공의 일관된 사업전략을 유의미하게 평가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이나 일본 등 자국 항공사 보호나 견제를 위한 발언이 나올 수 있으나 ,최근 주요국에서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이 이어지고 있어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향후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승인을 얻는 데엔 정부 차원에서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사업전략과 관련해 황 교수는 “합병 이후에도 제주항공의 일관된 LCC 사업전략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른 항공사의 경우 후발주자로서 다양한 사업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이나, 제주항공은 LCC 업계 1위이기 때문에 기존 방식대로 운영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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