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중심 고령인구 증가 가팔라
의료진 갖춘 고급 시니저 레지던스 인기
건설사·디벨로퍼, 시장 선점 움직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업계가 ‘실버타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노인주거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구매력∙잠재력을 갖춘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빠르게 고령층으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서울 마곡지구에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브랜드 ‘VL’을 내건 ‘VL 르웨스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VL 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전용 51~145㎡, 810가구 규모로 만 60세 이상을 위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다. 입주는 2025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입주자들에겐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이대서울대병원 전문 의료진의 진료와 건강상담,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개인별 맞춤 건강과 식단∙헬스 등 최적화된 건강 관리 서비스도 운영된다.

‘더클래식500’ 내부 사진 /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더클래식500’ 내부 사진 /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입주시설과 직원 배치 등 전반적인 관리는 롯데호텔이 맡기로 했다. 시니어 임대주택의 관리를 위해 특급호텔 브랜드를 내세운 것이다. 롯데건설이 시니어 임대주택 사업에 공을 들인 것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초 사장단 회의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최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인 엠디엠도 실버타운 사업 진출을 타진 중이다. 올 하반기 경기 의왕백운밸리에 선보이는 주거용 오피스텔 1300여실 중 500여실을 은퇴세대를 위한 ‘액티브 536’(가칭)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식사 서비스가 제공되는 클럽라운지와 수영장,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안정적 자산을 바탕으로 여가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 계층을 겨냥했다.

건설업계가 실버주택에 주목하는 건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901만8000여명이다. 2017년 0~14세 인구를 최초로 추월한 이후 매년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기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고령층을 위한 주거시설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노인복지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노인복지주택은 38개소로 입소정원은 1만명 규모로 추정되며 65세 이상 인구의 0.11%만 입소가 가능한 수준이다.

노인 단독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도 실버타운에 주목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자 중 노인 혼자 살거나 부부끼리만 같이 생활하는 가구의 비율은 7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버산업시장도 매년 덩치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오는 2030년이면 168조원 규모로 133%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 그래픽=시사저널e DB

특히 최근 실버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실버타운 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보고 있다. 기본 고령층과 달리 도심의 도시 서비스를 향유하면서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녀에 의존해 노후를 영위하던 기존 시니어와 달리 베이비 부머 세대는 주거∙취미∙생활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한 소비를 즐기는 수요층이다”며 “왕성한 활동과 충분한 소득을 바탕으로 양질의 주거 서비스 선호 현상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다 보니 수백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에도 입주에만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건국대학교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더클래식500’이 대표적이다. 더클래식500은 서울 2호선 건대입구역에 위치한 국내 최고급 시니어 임대주택이다. 보증금 9억원과 월 임대료가 500만원이지만 358가구 모두 임대가 완료됐다. 관리비 등을 더하면 매월 800만~900만원이 들지만 입주를 위해선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입주자들은 건국대병원의 의료 서비스와 호텔식 주거 서비스, 휘트니스, 골프, 스파 등이 제공된다. 이 밖에 롯데호텔이 운영∙지원하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VL 라우어’(LHOUR)는 지난 5월 최고 256대 1의 청약 성적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버타운이 경치 좋은 도심 외곽 등에 주로 자리 잡았다면 최근에는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찾는 자산가 고령층이 늘면서 점점 도심 한복판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고령층의 수요층이 점차 커짐에 따라 건설사들의 실버산업 진출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자 세대로 모두 진입하는 향후 5년 이내에 변화의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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