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 전환 전략에 KT 시총 10조 회복·역대급 실적 성과
세대간 갈등확대·‘쪼개기 후원’ 유무죄 여부·정치적 세력 부족 등 걸림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 임기가 내년 3월까지 6개월 가량 남았다. 연임 갈림길에 선 구 대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환을 목표로 임기 내 체질개선을 이끌어오며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그의 연임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 나온다. 이에 반해 본업인 통신사업에 소홀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횡령 등 사법리스크도 남아 있어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2편에 걸쳐 구 대표의 성과 및 연임 가능성과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KT 내외 후보군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의 3년 임기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줄곧 ‘디지코 KT’를 강조하며 체질 개선을 통한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대표는 2020년 취임 이후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통신산업은 인구 구조 변화로 성장세가 둔화하며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구 대표는 본업인 통신사업에 소홀했단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업보다 성장에 주력하면서 본업의 경쟁력이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점과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외풍도 부담이다.

◇ ‘디지코’로 체질개선은 성공적···시총 10조 회복도 연임에 ‘호재’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은 유효했다. KT는 구 대표 취임 첫해에 이어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보였다. KT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4조8980억원, 영업이익은 1조67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1%, 41.2% 늘었다.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18조3874억원과 1조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 21.6% 늘었다. 특히 올해 목표였던 별도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조기 달성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KT의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12조589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858억원이다.

시장에서도 KT의 성장에 호응했다. KT의 주가는 빠르게 상승해 지난달 1일 시가총액 10조136억원을 기록했다. KT의 시총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6월 이후 9년 2개월 만이다.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통신업종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가가 올 1월 대비 하락한 것과 달리 KT는 강세를 보였다.

주주환원 정책도 KT 주가가 하락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데 기여했다. KT는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1350원 지급하며 전년보다 22.7% 올린 데 이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선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41.5% 증가한 1910원으로 확정했다.

구 대표는 이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KT 내·외부에선 구 대표가 연임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엠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KT의 미래 전략 방향을 발표하며 간접적으로 연임 의사를 내비쳤다.

구 대표는 “KT는 디지코로서 성장을 가속화하고 디지털 전환 선도 기업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디지코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해 해외 전략거점을 확보하고, 현지 1등 파트너사와 협력을 추진함과 동시에 국내 기업과도 동반 진출해 성장 기회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남은 임기 내 ‘지주형 회사’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지주형 회사로의 전환 의지를 내비쳤다. ‘지주사’가 아닌 ‘지주형’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법적으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구조로 자회사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단 의미다. 구 대표는 이를 통해 KT 주가를 높일 계획이다.

그는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 전환에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며 “앞으로 사업구조 조정 측면에서 지주형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KT 주가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 정치자금법위반·횡령 등 사법리스크 상존

호실적 및 시총 회복 등 성과는 구 대표의 연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KT 외부의 평가와 달리 내부 직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특히 연봉 등을 이유로 구 대표 취임 후 내부 직원들의 세대 간 갈등은 심화됐단 평가가 나온다. 2030 직원들은 경쟁사 대비 낮은 연봉 인상률에 불만인 반면, 4050 직원들은 사실상 정년이 보장되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실제 통신업계 3위 LG유플러스(작년 평균 연봉 9400만원)가 지난 6월 올해 평균 임금 8.7% 인상을 결정하면서, 올해 1인당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KT(평균 연봉 9500만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 KT 직원은 “과거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등이 수차례 있었는데 지금은 고용안정화가 이뤄진 분위기다. 본인이 희망해서 퇴직하거나 중대한 사고를 쳐서 나가는 것 외엔 대기업 중 KT만큼 정년이 보장된 회사는 없다”며 “다만 확실히 연령에 따라 고용안정에 대해 느끼는 게 다르다. 젊은 직원들 입장에선 당장 통장에 꽂히는 돈이 늘어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가 디지코 사업이 성과를 내는 동안 정작 본업인 통신사업엔 소홀했단 지적도 나온다. 실제 KT는 최근 통신 영역에서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4월엔 IT 유튜버 ‘잇섭’이 KT의 10기가 인터넷 요금제 상품의 속도가 100분의 1인 100Mbps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논란이 일었다. 정부 조사로 장비 관리 소홀 등이 구조적 문제가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KT는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이어 10월엔 전국 통신망이 89분간 먹통이 되는 장애가 발생해 소상공인들이, 올 초엔 인터넷(IP)TV 장애 사고가 발생하면서 49만명의 가입자가 피해를 입었다.

국회의원들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구 대표에겐 사법리스크도 남았다. KT는 2014년 5월~2017년 10월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방식으로 11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자신 명의로 국회의원을 후원한 혐의를 받는 구 대표는 올 초 벌금 총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 구 대표의 유무죄와 형량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구 대표의 연임 도전엔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KT는 박종욱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에 이어 KT의 최대 주주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사장은 KT와 마찬가지로 회삿돈으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뒤,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박 사장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박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년 주총에서 구 대표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구 대표 연임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정치적 외풍도 구 대표에겐 부담이다. 그간 KT의 대표 자리는 정권이 바뀌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체됐다. 구 대표는 취임 당시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게 KT 내·외부의 평가다. 

특히 KT 20대 대선 당시 민주당 계열 사외이사의 발언도 부담이란 평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이자 현재 KT의 비상근 사외이사인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구 대표는 최근 KT 전현직 인맥을 동원해 여당 내 인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선기간) KT가 거의 민주당에 붙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한동안 조용했던 전 임원이 KT에 나타난 이유가 뭐겠느냐. 구 대표가 본인을 지원해달라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직 임원에게 임원 교육까지 부탁할 정도로 (구 대표가) 그의 그늘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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