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AZ·릴리, 무중력 우주정거장서 신약 개발 속도
엔지켐생명과학도 R&D 착수···NASA 연구과제 선정
“세계 최초 우주방사선 예방·치료제 개발 성공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우주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와는 다른 무중력 우주 공간을 활용한 신약 개발은 물론, 우주에서 발생하는 인체 문제 해결을 돕는 '우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다. 국내에선 엔지켐생명과학이 유일한 선도 기업으로, 우주방사선 치료제 분야 연구에 착수했다. 아직 초기 단계의 산업인 만큼, 국내 기업들도 합류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이뤄진 3000회의 과학실험 중 바이오 분야가 1200건을 훌쩍 넘는다. 해외에선 이미 우주 바이오·헬스케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머크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2019년에는 고순도 면역항암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주에서 약물을 제조하면, 단백질 결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아 더 균질하고 고순도 약물 생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도 나노입자와 무중력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전달 기법 및 물질을 개발 중이고, 일라이릴리도 무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에 돌입했다. 

무중력상태의 우주에서 화학반응이 원활한 만큼, 이들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우주는 신약 개발 기회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우주 바이오' 분야 주요 R&D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해당 분야에 뛰어든 국내 기업으로는 엔지켐생명과학이 유일하다.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기관과 공동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월 NASA의 '인간 연구 프로그램(HRP)'에서 우주 방사선 치료 연구과제로 최종 선정된 엔지켐생명과학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ASU)의 셰릴 니커슨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니커슨 교수는 2006년 우주 공간에서 강력해진 미생물의 독성에 대응할 인류 생존 방안을 연구해온 권위자다.

엔지켐생명과학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EC-18'은 구강점막염·급성방사선증후군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EC-18은 미국에서 특허를 허가받은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로, 엔지켐생명과학의 우주방사선 연구에 발판이 됐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우주비행사가 우주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골수·혈관·중추신경계·위장 등이 손상되고, 암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며 "아직 아무도 개발한 적 없는 우주방사선 예방·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엔지켐생명과학은 NASA 뿐만 아니라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NIAID)와 미국 국방부 산하 육군 방사선생물학연구소(AFFRI),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도 우주방사선 및 급성방사선증후군 예방 및 치료제의 개발 및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부설 우주방사선의약연구소(GCR-MIR)를 설립해, 우주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와도 업무협약(MOU)을 맺고, 우주항공의약품 공동 연구에 나섰다. 

최근 보령도 우주에서 휴먼 헬스케어 솔루션을 찾기 위한 신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 우주 개발 전문기업 액시엄 스페이스, 글로벌 항공우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스타버스트와 함께 우주 헬스케어 분야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은 앞서 5일 미국에서 개최한 '제1회 CIS챌린지'를 통해 선발된 우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에 투자 지원할 예정이다. 보령은 이들 스타트업들과의 공동 연구개발 가능성도 열어놨다. 

보령 관계자는 "우주에서 인간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우주 헬스케어 분야가 중요한 산업이 됐다"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우주 헬스케어 연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