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전 경기지사 특보 등 역임하며 ‘쪼개기 후원’ 공모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전력

KT커머스 로고 / 이미지 = KT커머스
KT커머스 로고 / 이미지 = KT커머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을 공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인물을 자회사 KT커머스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부적절한 인사란 지적이 나온다. 구현모 KT 대표는 KT커머스를 통해 대량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국회의원을 불법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자회사 KT커머스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아무개씨를 지난 5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남 전 지사 캠프 미디어팀장을, 남 지사 당선 후 경기도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이씨는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200만원형을 받았다. 그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 5000만원을 남 전 지사에게 쪼개기 후원하는 방법을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불거진 후 이씨는 남 전 지사의 특보직에서 사임했고, KT는 2015년 1월 이씨를 경영고문으로 영입해 월 862만원, 2년간 약 2억원 가량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씨는 KT 경영고문으로 위촉된 다음달인 2015년 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확정돼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 가운데 KT커머스가 이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인사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KT커머스가 유죄가 확정된 인물을 사외이사로까지 선임한 것은 이른바 ‘정치권 줄 대기’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이씨는) 과거 KT 경영고문 당시에도 논란이 돼서 검찰에 고발당한 적이 있고, 해당 건과 별개로 쪼개기 후원을 공모해 벌금형을 받았다”며 “KT커머스가 상품권깡 관련해서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있는 곳인데, 쪼개기 후원 공모한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씨가 국민의힘 출신 인사란 점을 고려하면 결국 KT가 정치권에 줄 대기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T커머스는 KT그룹의 국회의원 불법후원 과정에 연루된 혐의로 2018년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KT가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KT커머스를 통해 대량으로 사들인 상품권을 현금으로 되바꾸는 소위 ‘상품권깡’으로 자금을 마련한 뒤, 임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관(CR) 담당 임원 등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구현모 대표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이들은 상품권깡으로 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월 맹아무개 전 KT CR부문장(부사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맹씨와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 전아무개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직 임원 최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업무상 횡령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KT 법인에 대해선 벌금 1000만원형이 선고됐다.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 등 총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다만 구 대표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앞선 사건과 별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이사 선임 기준에 따른 결격사유가 없단 입장이다. KT커머스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검토를 거쳐 선임했다.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기준 KT커머스의 전체 매출 4128억원 중 3600억원(87.2%)은 KT그룹 내에서 발생했다. 전년(86.4%) 대비 비율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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