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3개 이전·11개 중단
투자자 신뢰 잃어…크러스트 운영미숙 지적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쟁글
클레이튼 이전 및 청산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쟁글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흔들리고 있다. 10개 이상의 프로젝트들이 이탈·중단되거나 횡령 의혹 등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안방도 지키지 못했단 지적이 나온다. 

25일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14개의 프로젝트가 클레이튼을 떠나거나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현황별로 보면 ▲메인넷 이전(실타래, 메타콩즈, 위킥스) ▲디파이 청산(레아 다오, 플렉스 프로토콜, 플로라 파이낸스, 팝콘머니, 이그나이트, 크로노스 다오) ▲NFT 청산(호들러스다오, 클레이레코드온, 케플러, 배드 베이비, 마이팻바비즈) 등이다. 

◇ 프로젝트 줄줄이 무산···클레이튼 위기

최근 클레이튼은 주요 프로젝트가 이탈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로 꼽혔던 메타콩즈와 실타래는 메인넷을 지난 5월 이더리움으로 변경했다. 위메이드는 클레이튼을 떠나 자체 메인넷인 위믹스3.0을 다음달 정식으로 서비스한다.

클레이튼의 투자를 받은 크로노스 다오는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크로노스 다오는 약 78억원에 달하는 600만다이를 스테이블코인 ‘카이로스캐시(KASH)’와 바꿨는데, 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운영진을 상대로 횡령 의혹에 대해 소송할 계획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레아다오 등 10개 이상의 프로젝트도 줄줄이 서비스 종료에 들어갔다. 

클레이튼 기반의 프로젝트가 잇따라 종료되면서 클레이튼 디파이 전체 예치금 규모도 빠르게 증발했다. 디파이 분석 사이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의 예치금은 지난 1월 최고 13억달러(약 1조706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 25일 기준 전체 규모는 3억9839만달러(약 5230억)로 69% 감소했다.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탈 클레이튼을 선언하며 생태계가 흔들리자, 핵심 협력사인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에서도 이탈자가 나왔다. 탈퇴를 선언한 곳으로는 LG유플러스, 크래프톤,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 신한은행 등이 있다.

◇ 카카오,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목표···성과 없어 

올해 남궁훈 대표 체제로 출범한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으로 블록체인을 낙점했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앞세워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사업보고서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는 종속회사 크러스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클레이튼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들과 협업해 클레이튼 생태계를 글로벌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일찍이 클레이튼을 통해 블록체인 시장에 도전했다. 지난 2018년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을 선보였다. 당시 클레이튼은 저렴한 수수료, 카카오라는 든든한 배경, 카카오톡 클립 지갑과의 연동 등을 내세워 국내 대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카카오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싱가폴에 크러스트를 설립한 뒤 클레이튼 사업을 전부 이관했다. 카카오가 클레이튼의 글로벌 플랫폼화에 나섰지만, 잦은 오류·프로젝트 이탈 등으로 뚜렷한 성과가 없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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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스트 분야별 투자 건수 /사진=클레이튼 재단

업계에서는 크러스트의 운영 미숙 및 불투명한 투자 집행에 의문을 제기한다. 생태계가 흔들리자 크러스트는 지난해부터 재단 기금인 ‘클레이튼 성장 펀드(KGF)’를 만들어 클레이튼 기반의 신규 프로젝트들에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크러스트 측이 KGF를 통해 투자한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송에 휘말린 크로노스 다오도 KGF로부터 약 327만 클레이(약 51억원)를 투자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크러스트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한 투자자는 “크러스트란 배경을 믿고 투자했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 이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크러스트는 지난 20일 크러스트 투자 활동 현황 및 방향성을 밝혔다. 크러스트에 따르면 주요 투자 방향성은 게임, 디파이, 웹3, 인프라 등 4개 분야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총 25곳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투자처 전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중 대표사례로 공개한 곳은 11곳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클레이튼은 내수용이란 꼬리표가 붙으면서 글로벌 프로젝트 유치에 고민이 많았다”며 “여기에 크로노스 다오에 제기된 의혹이 커지면서 클레이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크러스트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프로젝트 유치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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